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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Dec 03. 2020

[수플레 특집호] 작가들의 겨울 플레이리스트

이제 어느덧 12월, 작가 네 명이 모여 음악과 글을 녹여내고자 했던 매거진이 이제 일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특집호에는 겨울을 실감하게 하는 노래들을 모아봤는데요, 역시나 연말 최고의 행사인 크리스마스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여태까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 같지만, 여러분들께서도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기다려온 크리스마스도, 꼭 크리스마스가 아닌 날들도요.  



JUDY SAYs
"그럼에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훨씬 더 많기를"
 Lynden David Hall - All you need is Love

이 곡, 그리고 이 곡을 들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연말의 하루는 시간을 내어 꼭 봐야하는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노래를 들으며 연말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너무 뻔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역시 시간은 꽤나 흐르고 예전보다 다양성이 시대를 대표하는 흐름이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원래 많은 것은 자연스레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훨씬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번 주 주말 나는 애정하는 친구와 함께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본 후 그날의 BGM으로 이 곡을 몇 번 더 틀어볼 예정이다.  



CORE SAYs
"나 자신에게 보상을 하는 마음으로"
Cee Lo Green - The Christmas Song

대부분이 겨울 하면 떠올릴 크리스마스에 나는 조금 시큰둥한 편이다. 집 안을 각종 장식들로 꾸미거나 특별하고 비싼 식사를 하는 건 아무래도 낭비 같기 때문이다.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날인데 너무 유난이 아닌가 싶다. 그날을 콕 찝어 눈이 오길 바라는 것도 웃기다. 눈 오면 신발만 더러워지지. 눈 오면 차나 막히지. 무엇보다 일년 중 단 하루를 위해서 사용되고 나머지 364일은 어디 구석에나 처박혀 있을 트리, 조명, 전구, 장식들은 무슨 짐인가. 안 그래도 집값이 이렇게 비싼데 걔네들한테까지 할애할 공간은 없다. 


130만 유투버 박막례 할머니의 최근 영상 중 제주도 에피소드가 있다. 일급 7만원짜리 귤 따는 알바를 체험하며 열심히 귤을 따는 막례쓰. 일을 마치고는 급기야 가장 실한 놈들로 골라 드시기 시작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묵직한 말. '살아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내가 나한테 보상을 해줘야 돼. 내가 인생을 살아보니까 그래. 내가 귤 땄으니까 내가 먹어야지. 누가 보상해줘? 누가 먹으라고 챙겨주는 줄 알아? 내가 알아서 먹어야 돼.' 그래, 그랬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홀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자신이 아니면 누가 우리를 챙겨주기나 할까. 


만약 크리스마스를 챙기는 마음이 이와 비슷하다면 조금 이해가 된다. 일 년을 무사히 보낸 나에게 내가 보상해주기 위함이라면. 그간 나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기특함과 감사함을 연말 중 하루에 녹여내는 것이라면. 그래서 누군가의 탄생일까지 빌려가며 경쾌한 캐롤을 틀고 일부러 선물을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사봐도 되겠다. 나에게 주는 선물로는 그동안 비싸서 못 샀던 와인 셀러를... 한 80구 짜리로다가..



BONNIE SAYs.
"트리에 전구를 거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 것"


Billie Eilish - Come out and play

추위를 지독하게 타는 덕분에 나는 겨울을 좋아해본 기억이 없다. 밝은 색상의 옷들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어둡고 무채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가득한 겨울의 분위기도 별로다. 두꺼운 옷에 싸여 하루종일 움츠리고 다니면 온몸이 아프기에 연초에 태어난 겨울아이임에도 겨울은 썩 정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이 기다려지게 하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크리스마스와 각종 연말 행사들로 잔뜩 들뜬 연말의 분위기다. 12월의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사람들은 모두 스케줄 빼곡히 약속을 잡고 창고에 일년간 묵혀둔 트리도 꺼내 전구를 달며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일년을 돌아보며 고마운 사람들에게 쓸 감사카드를 사거나 새로운 해를 함께할 다이어리를 고르기 위한 사람들로 연말의 서점은 붐빈다. 


유독 연말이 되면 결산을 하듯 온갖 이벤트를 만들던 내가 보통 11월 중순부터 연말맞이에 난리이던 내가, 올해는 왜인지 도통 트리를 꺼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모이기 힘들고 계획을 세우기도 힘든 올해 연말 분위기 때문인지 도통 들뜨지가 않았다. 이럴땐 억지로라도 들뜨게 만드는 노래를 들어야 한다. 나에게 연말 느낌을 주는 노래 빌리 아일리시의 come out and play를 들으며, 비록 노래 제목처럼 ‘나가서’, ‘놀지는’ 못하더라도 트리에 전구쯤은 거는 즐거움은 지나치지 말아야겠다.



영훈 SAYs
"겨울에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Before you exit - Same Sun

여름을 사랑하다 가을이 스쳐가고 겨울이 오면 두 달 내내 캐롤을 듣는 사람이에요. 겨울은 가장 추우면서 가장 따뜻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가장 춥기 때문에 가장 따뜻한 계절일 수도 있고요. 눈은 차갑지만 눈 아래의 땅은 눈 덕분에 얼지 않듯이 겨울에는 따뜻함이 곳곳에 널려있어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오늘은 그렇게 발견한 저의 겨울 노래 한 곡을 나누고 싶어요. 


Before you exit - Same Sun입니다. 전 이 노래를 들으면 상처받은 마음에 서로를 믿지 못하고 도망가던 사람들이 아득히 떠올라요. 우선은 저랑 가까웠던 사람을 떠올리고요. 때로는 그 사람이 제가 되기도 해요. 노래가 흐를수록 그 사람들 속에는 제가 모르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어떤 날엔 더 가닿아 이젠 여기에 없는 사람을 그리기도 하네요. 사실 우리는 저 멀리서 보면 같은 태양 아래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일지도 모르는데. 서로를 너무나도 타인이라 확신하며 살았나 싶은 마음이 들 때 느리게 내리는 함박눈처럼 절 쓰다듬어 주는 곡입니다. 오늘 밤 퇴근길에서도 이 노랠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연말이 있어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져보려 해요. 우리 모두 커다란 노란 조명 아래 함께 살아가고 있어 따뜻한 겨울입니다. 당신이 발견할 겨울의 따뜻함에 이 곡이 흘러나올 수 있기를 바라며!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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