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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Jun 16. 2019

행복은 숫자 놀음이 아니고

브런치가 가져다 준 깨달음


요사이 내 글이 포털의 메인이나 브런치 추천글 상단 어딘가에 걸려있었는가보다. 최근 이틀 사이 조회수가 수직 상승과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여태껏 내가 깨작깨작 모아온 총 조회수를 단 이틀만에 배로 뒤집버렸고, 천 단위 마다 울리는 알람은 낮잠을 깨워가면서까지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하게도 만들었다. 그것이 얼마나 많든지 간에 결국 숫자에 불과할 뿐이었다는 사실을 절절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통계자료는 상당히 직관적이며, 그렇기에 적나라하고 또 무심하기도 하다. 예시를 보자.

오월의 데이터. 조회수 71에 웃고 조회수 14에 울었던 오르락 내리락 그래프.

지난 오월의 데이터. 저 그래프는 마치 내 감정 기복과도 같았다.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땐 섭섭하기도 하다가, 조회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면 다시 뿌듯해지던, 실없는 마음들의 기록이었다.

2483이 왜 거기서 나와? 그 앞에서 마치 일직선이 되어버린 내 지난 감정의 편차들.

그러나 유월의 그래프는 사뭇 다르다. 2483이라는 커다란 숫자 앞에서 지난 날의 감정 기복은 더이상 무의미하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저 일직선 위에는 117의 환희와 15의 절망이 숨어있지만, 과거의 그 성취도 좌절도 이젠 너무 사소해지고 말았다. (가끔 통계는 지나치게 객관적이어서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몇천의 관심은 단 하나에 편중되었고 다른 글들은 두 자리를 채 넘기지 못했다. 5천 명에 가깝게 나를 스쳐간 독자 중 단 몇십 명도 내 다른 글들을 들춰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건 변명의 여지 없이 내 글에 매력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조회수 2483에 비례해 충분하게 흡족해졌는가 하면, 전혀 아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글을 쓰며 만족했던 순간들은 사실 따로 있었다. 어쩌다 운좋게 조회수 100회를 달성하면 이내 기분이 100점이 되던 날들. 스물 몇개에 달하는 모든 글에 고루 분포하던 그 한 자리수 숫자들. 하나의 글에서 다른 글들로 독자들의 호기심이 끊이지 않았다는 데에서 오는 희열. 내 잡스러운 생각들이 그들에게  공감 불러 일으켰다는 기쁨. 그런 비루하지만 찬란한 순간들 앞에서 2483이 주는 감정은 오히려 얄팍하고 초라한 것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다면 어떨까. 운이 좋아 사업이 잘되고 수십 억을 우습게 버는 날이 온다면. 하지만 대중들은 내가 내놓은 우연한 발명품에 열광할 뿐, 내가 쌓아올린 다른 것들엔 관심조차 없다면. 성공과는 관계없이 나의 오밀조밀한 세계가 싸그리 폄하당하는 느낌에 공허하지는 않을까. 온통 허탈한 나머지 알콜중독으로 생을 마감하지는 않을까.




이미 숫자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현실이지만 나는 과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는 결코 중요치 않다.' 혹시 당신이 까마득한 울기의 가파른 에서보다 르락 내리락에서 삶의 다채로움더 많이 발견한다면. 당신 성취에 열광하는 절대 다수보다 의 세계를 꼼꼼히 읽어내는 한 사람이 소중하다면. 우리의 행복이 만약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다면.


(20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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