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점점 흘러만 가는데 문득 삶이 표류하는 듯 느껴질 때가 있다 다들 성큼성큼 전진하는데 누군가는 앞장서서 손짓하는데 나만 홀로 신발끈을 묶는 척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나는 어디쯤에 고여있는가 지난한 일상 안에서 권태는 빚처럼 불어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그럴 때면 나의 존재 자체가 너무도 사소해지는 것이다 커피는 텁텁하게만 느껴지고
일기장을 꺼내본다 그곳엔 지난 날의 발자취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어지러운 점들은 도무지 선으로 연결해 낼 수 없고 나는 이제껏 어떤 그림을 그렸던 걸까 작년보다도 재작년보다도 나아진 게 없는데 나는 진정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시작을 눈 앞에 두고 사념이 늘어만 가고
그럴 때일수록 나를 위로하는 것은 별 볼 일 없는 습관들이다 땀을 쏟으며 운동을 하는 시간 아무 쓸모없지만 시집을 사는 버릇 읽히지도 않을 글을 쓰는 습관 그제야 엉켜있는 고민은 잊어버리고 순간을 살게 되는 것이다 혹시 누가 아는가 그렇게 매일 내딛는 발걸음 속에 씨앗이 움트고 있을지 나는 모르고 당신도 알 리 없고 그저 습관처럼 한 발 또 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