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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Jul 06. 2019

너무도 불공평한 이별




자기야 하고 부르는 소리에 그쪽을 쳐다보았을 것이다 고개를 돌린 순간 시야 한가득 시커먼 그늘이 졌을 것이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일순간 콘크리트 파편이 눈 앞을 가렸을지도 모른다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 신호등은 왜 하필 그들을 거기에 멈춰놓았나 인생의 가장 커다란 감동의 순간 운명은 왜 그들을 떼어놓았나 왜 그들은 거기서 이별해야만 했나 쓰러진 건물의 잔해 속에서 차가운 철근과 뿌연 흙먼지 속에서




삶은 불공평하다. 마지막 순간을 우리가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온몸에 병을 품고도 쉽게 죽지 못하는 환자도 있고 사랑하는 이에게 인사도 전하지 못하고 가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요사이 끔찍한 사건 사고가 정말 많았다. 나는 종종 그런 일들을 기사로 접할 때마다 그보다 나은 나의 처지를 다행스럽게 여기곤 했다. 아주 비겁하게도 말이다. 그런 비극을 마주한 사람이 내가 아니어서 감사한 마음이 앞섰다. 아주 천박하게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 앞에선 도무지 그럴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사건의 발생 장소가 나의 옛 동네여서 그런가. 세상을 떠난 예비신부가 내 또래라 그런가. 가까운 사람에게 닥친 일처럼 온통 허망하고 쓸쓸할 뿐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녀 없이 깨어난 남자는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죽음이 있기에 비로소 삶이 완성된다는 명언은, 당분간 새빨간 거짓말이다.


(2019.07.04)



https://www.yna.co.kr/view/AKR201907041680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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