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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디언 Apr 27. 2024

 La vie en rose c'est la vie

불어배우기 좌충우돌- 장밋빛 인생

마침내 불어 레벨 데뷔땅 ( débutant), 초급반을 마치는 날이다.


오늘은 조촐하게 파티를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오래전에 책을 한 권 끝내면 책거리라는 것을 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한 과정을 끝내는 것을 나름 축하하는 의미로 파티를 하기로 했다.

성적표도 받는 날이라 마음 한켠이 두근거린다. 나이 마흔 넘어도 성적표는 보여드릴 부모님이 계신 것도 아닌데 여전히 마음을 찜찜하게 한다.

한 사람씩 교실에 들어가 마담 마리와 간단한 면담 후 성적표를 받아 나왔다.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다. 다행히 패스, 이제 중급반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수업받는 내내 마담 마리와 조금은 불편한 관계였었는데, 성적표를 받으면서’ Merci Beaucoup’라고 말하면서 그동안의 감정의 앙금을 씻어냈다. 

이제는 정말 끝이고 파티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각자가 가지고 온 음식들을 큰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각각 제 나라 음식을 만들어와서 나누어 먹는 포트락(Pot Luck)으로 준비를 했다.

K-Pop, K-Drama에 이어 K-Food가 요즘 대세다.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최고는 비빔밥과 불고기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것은 잡채와 김밥이다.

비빔밥은 손으로 먹기 좀 힘들고 불고기는 소고기 값이 좀 나가기 때문에 먹기 편하고 보다 저렴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김밥과 잡채를 만들어 갔다.

이집트 음식은 이름조차도 기억나지 않고, 향신료 탓인지 나에게는 좀 힘들었다.  방글라데시의 음식은 인도의 음식에서 나는 카레향이 짙었지만, 카레는 익숙한 탓에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음식을 만들지 못한 사람들은 마실 음료수와 식사 후에 먹을 디저트를 사 가지고 왔다. 모두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수고를 축하하며 격려해 주는 자리여서인지 모두 행복해 보였다. 


오직 한 사람, 핫산이 코를 빠뜨리고 앉아 있었다. 이번 초급반을 통과하지 못해서인 듯한다. 


사람들은 돌아가며 그에게 C’est la vie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C’est la vie-세 라 비는 영어로 That’s life; that’s how things happen. 곧 ‘그게 인생이야; 그게 일이 일어나는 방식이야’라는 뜻이다. 

나이 드니 이런 일들이 사실은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이런 것도 큰일이 될 수 있겠지. 

우리는 핫산을 위로하고 함께 파티를 즐기자고 흥을 돋았다. 

사진출처: Liveabout


마지막으로 우린 함께 La vie en Rose란 샹송을 함께 불렀다.

La vie en Rose- 장밋빛 인생은 프랑스의 국민가수인에디트피아프(Édith Piaf)가 작사를 한 노래로 1947년에 발표가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전에 불어시간에 리스닝 시간에 배웠다.


한국어로 La vie en Rose를 “분홍빛인생”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 표현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메시지이다. 마치 장밋빛 안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일상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사랑에 빠진 것과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웃으며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가족과 부모를 두고 제각기 제 나라를 떠나  각자의 이유와 사연을 가지고 이 땅 캐나다, 특별히 퀘벡이라는 곳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기로 했다.

얼굴과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이민자라는 동질감으로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살아갈 이유들을 찾으며 각자의 앞날과 다른 이들의 미래를 축복하면서 La vie en Rose를 부르고 있다.

여기서 몇 명은 이 학교에 남아있을 것이고, 나를 포함한 몇 명은 다른 학교로 배정을 받아 떠난다. 

각자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만날지 모르지만, 우리는 노래했다. 적어도 오늘은 우리의 미래에서 장밋빛 인생의 꿈을 꾸고 싶다.

 Je vois la vie en rose.(나는 장밋빛 인생을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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