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y View Tod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리디언 Aug 31. 2024

Liminality

'한쪽에 속하지 않고 어떠한 기준의, 공간의 경계에 놓여있는 상태'

황소뼈도 무른다는 삼복의 더위가 지나고,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멈출 처, 暑더울 서) 도 지났고, 아침저녁 부는 바람에 좀 과장해서 코끝이 매워온다.

여름의 끝자락인가? 아니면 가을의 시작인가?

경계를 알 수 없이 산수에 나오는 공집합 같은 시간을 보낸다.

아침저녁으로는 가을옷을 꺼내 입고 - 사실 겨울 패딩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 오후가 되면 한 여름의 뙤약볕같이 뜨거움으로 민소매옷을 걸친다.



오늘 읽은 책에서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Liminality:  웹스터 사전에 의하면 of, relating to, or being an intermediate state, phase, or condition: in between, traditional (중간 상태, 단계 또는 조건의, 관련 또는 존재: 중간, 과도기)라고 정의했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경계선 정도- 네이버 사전에는 ' 한쪽에 속하지 않고 어떠한 기준의, 공간의 경계에 놓여있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지금의 계절도, 나의 심리적 상태도 그런 것 같다.

어중간해서 불안한 상태...


책을 읽다 눈도 피곤하고, 책 한 장을 넘기고 나면 그전 장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서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웨스트마운트 공원을 산책하기로했다.


My View Today

공원 한 복판을 몇 달째 공사를 하고 있다. 아주 불편하다. 주차장까지 한 참을 돌아서 가야 한다.

공사!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호수에 머리를 담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양버들, 어렸을 때는 수양버들나무를 보면 슬픈 감정이 올라왔다. 첫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시집가는 열아홉살 갑순이 때문에. 

지난봄에 낳은 아기 청둥오리들이 제법 컸다. 호숫가에 주인과 함께 앉아 있는 강아지.. 참 한가롭다.


개들의 천국인가? 개들 전용 공원이 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네. 인간과 개들의 경계

이제 개학을 앞두고 동네 축구부는 마지막 게임을 신나게 하고 있다. 교회 지붕 위 하늘이 벌써 가을의 하늘로 익어가는 것 같다.


한국에는 흔하게 있는 운동기구들이 여기는 드물다. 기계도 한 참이나 낙후되었지만, 한 번 해본다. 역시 이건 안될 것 같다.


시끄러운 소리가 있어 무슨 일인가 싶어 가봤더니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를 베러 시에서 나왔다.

주변에 안전띠를 두르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경계( liminal space)를 쳐 두었다.

찰나의 순간 그 큰 나무가 넘어졌는데 운 좋게 카메라를 들자마자 이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우연일까?

전기톱에 베어져 쓰러진 나무를 보면서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삶과 죽음의 어느 경계에( liminal place) 있는 것 같다고.

오늘을 또 무사히 살아내고 있음에 감사하는 하루.


We only live Once,

Wrong!

We only die Once,

We live every day!

 -Snoopy-


사진자료: Mandorla by Sue Scavo [ studentsofthedream.com]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라는 마라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