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를 지키는 품격 있는 말과 행동

by 수오

‘교수신문’은 올해 사자성어를 ‘도량발호(跳梁跋扈)’라고 밝혔다.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하다’라는 의미다. 2위는 ‘후안무치’로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라는 뜻이며, 3위는 ‘석서위려’로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가 차지했다. 참 불명예스럽다.

명예(名譽)는 ‘명성영예(名聲榮譽)’의 준말로, 이름은 이름이되 수많은 이름 중에서도 칭송받는 영예로운 이름을 말한다. 예(譽)는 ‘與(여-같이하다)’에 ‘言(언-말씀)’을 덧붙여 여럿이 같이하는 말이 칭찬할 예(譽)이다. 중국 노나라의 <묵자>에서 名(명)과 譽(예)를 구별하여 ‘명(名)은 헛되이 생겨나지 않고 예(譽)는 저절로 자라나지 않으니 공을 이루면 이름은 자연히 뒤따르는 법’이 명예라고 하였다. 명예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명예의 대표적인 예로 스웨덴의 알프레트 노벨(1833~1896)이 있다. 특히 2024년 노벨문학상은 한강 작가가 수상하여 대한민국과 한국 문학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작가는 노벨상 수상 기념회에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작금의 현실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비판하였다.

비상계엄이 발표되었을 때 국회에 몰린 많은 시민은 민주시민의 힘을 보여주었다. 1347년 백년전쟁이 발발하자 프랑스의 항구 도시 칼레는 시민군을 조직해 맞서 싸웠지만 끝내 항복하였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시민 중 6명만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해 처형하겠다”라고 했고, 칼레의 갑부 ‘외수타슈 생피에르’, 고위 관료와 부유층 인사 6명이 자원했다.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임신 중이던 아내의 만류로 풀어주었고, 6명의 시민은 칼레의 영웅이 됐다.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리나니라”라고 말한 바 있다. 불명예라는 영어 ‘ignominious’는 ‘ig-’(not) + ‘nomen’(name, 이름)의 결합으로 ‘이름을 잃다’의 뜻이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불명예”를 버리고, “명예”를 지키는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민주시민으로서 품격 있는 말과 행동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위 글은 유성구 소식지 '더 좋은 유성' 1월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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