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고, 상상하라

졸업과 은퇴를 하는 이들에게

by 수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아기는 울면서 태어나 세상에 나를 알리기 시작한다. 옹알이, 뒤집기, 걸음마를 하면서 넘어지기를 셀 수 없이 한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부모는 칭찬과 격려, 행복과 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내일은 더 잘 걷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그 걸음은 나의 이력이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입학과 졸업 등 정지된 날짜를 네모 칸에 적는 행위, 이것이 이력서의 기본 양식이다. 울퉁불퉁, 꼬불꼬불한 인생을 한 줄로 압축한 이력서. 이력서에는 남들이 인정할 만한 학교 이름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남들 보기에 조금 더 나은 숫자를 적어 내 삶의 높이가 높은 것을 증명하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쓰는 것보다 남들이 인정할 만한 자격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력서(履歷書)를 한자로 풀면 신발을 신고 걸어온 길이라는 뜻이다. 어떻든 중요한 것은 공백 없이 빼곡히 채운, 쉼 없이 신발을 신고 걸어온 기록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2월은 졸업을 하는 시기이다. 특히 고교 졸업은 더 큰 세계로 나가기 전의 마지막 시절이다. 바로 인생의 첫 전환점이다. 성인으로서 맞이하는 대학 생활은 이전의 학창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사회인으로서, 경제적, 물리적, 신체적, 정신적 독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나는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처럼,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없이 방관자가 아닌 삶의 주체자로서 연습하고 무대에 서야 한다. 더 행복하고 즐겁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면서 낙심과 실패의 감정이 아닌 성공의 경험, 실패의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은퇴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신발을 신고 열심히 걸어왔다. 한평생의 기록이자 채점표인 이력서를 열심히 채웠고, 이제는 더 이상 채울 필요 없는 이력서의 종착역에 다가섰다. 그리고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에 서 있다. 성공과 실패의 모든 경험을 갖추었으니 무엇을 해도 옳은 일이다.




이제는 행복을 상상하라. 마지막을 마주한 이 연극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고민할 필요 없다. 천상병 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처럼 위해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소풍 가기 전의 설렘처럼, 찬란한 끝과 새로운 시작처럼, 설레는 상상을 하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이 글은 유성구 소식지 <더 좋은 유성>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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