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NFT] 작가, 컬렉터, 갤러리스트 그리고 DAO
프리즈(Home | Frieze)는 데미안 허스트를 위시한 YBM(Young British Artist)들이 기획한 Freeze 전시에서 동명의 잡지인 Frieze로 발전한 후 아트페어로 확장되었다. 2003년 런던을 거점으로 시작된 프리즈 아트페어는 아트 바젤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하며 세계 3대 페어 중 하나로 손꼽힌다. 프랑스가 예술에 공공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과 달리 영국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예술의 상업적 가치를 우선하였는데, 작가와 컬렉터 그리고 국가의 지원이 합세한 결실은 세계 미술의 중심을 런던으로 견인하였다. 이후 차세대 신흥 시장으로 홍콩, 상하이 등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아트 페어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된 건 매우 고무적이다.
이 때문인지 2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마지막 날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예전에 참관했던 홍콩 아트 바젤과 런던 아트페어에서 본 적 없는 열기였다. 이번 프리즈에서는 마스터스 작품부터 메가 갤러리의 초고가 작품까지 볼거리도 가득했지만 NFT 아트 전시와 관련한 토크 프로그램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다.
미술 사조는 중심지가 바뀌면서 장르도 변화하였는데, 점차 획일성에 종말을 고하며 시장은 세분화되고 노말(normal)을 정의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지역을 특정하지 않는 디지털 기반의 NFT가 새로운 미술 사조로 주목 받는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함의한다. 웹 3.0의 이데올로기와 함께 미술에도 민주화 바람이 부는 듯하다.
이번 프리즈 아트페어에서는 NFT 관련 토크 프로그램이 New future(Art & Tech)를 주제로 총 3개 세션이 ‘NFT, DAO and ART', 'NFT 아트, 그 가능성과 미래', '새로운 시장-온라인, 그리고 지역적 확장' 진행되었다.
얼마 전 개최된 CMS 2022(참고.CMS 2022 요약 1편 - 콘텐츠 (brunch.co.kr))에서 고객 경험 가치 제고를 위한 LG 올레드의 아트 캠페인 사례가 소개되었는데, 금 번 프리즈 아트 페어를 통해 이 캠페인 포트폴리오의 한 축이었던 LG art lab NFT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콘텐츠 시청 디바이스가 다양해지고 TV의 사용 빈도가 낮아지자 TV는 디자인 개선과 함께 아트월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용도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LG art lab은 TV에 탑재된 NFT 마켓 플레이스로 NFT 드롭부터 전시까지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로써 TV 시청 시간 외 블랙아웃된 화면을 자신이 구입한 NFT 아트로 채워 액자 프레임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LG art lab에서는 BarryXBall 작품이 9월 22일에 드롭될 예정인데, 마침 작가가 토크 세션에 참가하여 NFT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더해주었다. 미켈란젤로와 같은 고전 작가들이 그 시대의 도구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던 것처럼 NFT는 지금의 미술적 도구이다. 또한 자신의 실물 조각 작품에는 20명 남짓의 멤버가 참여함에도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NFT를 통해서는 보다 짧은 시간을 들여 작품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 작가는 지금의 작품은 디지털이 실물을 보완하는 방식이지만 향후 피지컬로부터 독립된 디지털 단독 작품은 물론 사운드 NFT와 같은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도 시사하였다. 동반 참석한 Cody Choi 작가는 NFT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지시하였다.
과거에 데이터는 공공의 재원으로 오리지널리티와 카피를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최초 데이터에 가치가 부여되면서 독창성과 고유성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NFT이다. NFT를 통해 오리지널리티는 보존되고 카피는 오리지널리티의 가치를 높여주는 수단이 된다. 마찬가지로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는 고유하지만 카피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됨으로써 원작의 가치가 높아진다.
단, NFT가 디지털 아트는 아니다. NFT는 오리지널리티의 고유성을 증명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아트란 디지털리즘(digitalism)의 정신과 디지털리티(digitality)의 행동이 결합된 양식이다. 모던아트가 합리적 이성, 과학적 개념의 모던 멘탈리티에 유화, 회화 기법이 결합된 것과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아카이브를 마이닝(mining)하여 디지털로 매체를 바꾼 작품이라면 그것은 절반의 디지털 아트이다. 완결형의 디지털 아트는 데이터, 유비쿼터스, AI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아트는 작가의 비전을 표현한 것이기에 경외감, 공명, 영향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전했다.
또 다른 세션에서는 갤러리스트 관점에서 NFT가 언급되었는데 작가들 세션만큼 활발한 논의는 아니었지만 여러 생각의 여지를 남겼다.
미술이란 사회적 가치, 상업적 가치, 개인적 가치의 복합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 특성상 미술관, 컬렉터, 평론가 등 권위있는 지지 기반이 시장 가치를 증명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갤러리스트는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미술관이나 컬렉터에 팔 수 있어야 한다. 세션에는 갤러리스트 3인이 참석한 만큼 좋은 컬렉터의 조건을 제시하였는데 이 점이 흥미로왔다. 갤러리스트 입장에서 좋은 컬렉터란 균형잡힌 안목을 갖고 갤러리와의 계약을 존중하며 작품을 재판매하지 않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재판매는 작품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컬렉터의 컬렉션이 일관성 높을수록 재판매할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레거시 미술 시장은 작가, 컬렉터, 갤러리스트가 만들어가는 시장으로 정보판의 중심에는 관계가 있다. 때문에 이 시장에서 장기적인 관계(realtionship)은 과학이다. 그러나 영앤리치를 비롯한 새로운 미술 수요는 관계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방식을 선호/시도 하기도 한다.
토크 프로그램에서 위메이드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통해 그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위메이드가 10월 출시를 준비 중인 나일(Nile) 플랫폼은 'NFT is life evolution'의 약자인 동시에 웹 2.0이 아마존이라면 웹 3.0은 나일이 대표할 것이라는 포부를 담고 있다. 플랫폼은 'DAO powered by NFT'를 키 컨셉으로 DAO를 통해 NFT를 발행 및 거래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보여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