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레양 Jul 30. 2022

AI 아티스트 칼로(Karlo)를 만나다

[아트 NFT] 협업이 곧 아트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아트 NFT가 드롭되기까지 최초 기획부터 약 8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메이저 NFT 마켓 플레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었고, 회사 입장에서도 크립토 자산을 보유하게 될 첫 사례였던 만큼 가상 자산 관리 가이드 등 내부 프로세스 정립에도 꽤 많은 검토가 필요하였다. NFT에 대한 사업적 가설을 설득하는 과정 또한 지난했지만 그럼에도 시간의 가장 큰 비중은 기획과 작품 제작이었다. 우리는 4명의 작가와 40여 개의 작품을 완성하였는데, 피날레는 각자 작품을 상징하는 오브젝트들을 따서 하나의 콜라주 작품으로 완성하는 협업이었다. 이 협업 작품은 캠페인의 대표 이미지이자 컬렉터(NFT 홀더)의 보상으로 기획된 만큼 전체와 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절반 이상의 작품이 드롭 직후(평균 6초)에 완판 되었는데 그중 피날레를 장식한 협업 작품이 차지하는 보상 가치, 판매 기여도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작업 과정에서 나눈 아이디어, 존중, 배려를 생각하면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부연하자면, 위의 아트 NFT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미디어 아트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메인 PD와의 대화 중 유 퀴즈는 인터뷰 형식을 빌린 사람 여행이며, 그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형식으로 그림 메시지를 더한다는 말이 마음에 내려앉았다. 이후 우리는 콘텐츠 철학과 감수성을 담아 '그림을 통한 소셜 임팩트'를 명제로 아트 NFT를 검토하였다. 태동하는 신시장의 성장 카테고리, C2C 거래 구조, 마켓 유동성 등은 분명 기회 요인이며, 이것에 도전하는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아카이빙 된 유 퀴즈의 글들을 개방하여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드롭까지의 프로세스를 도왔다. 그리고 이 모두는 유 퀴즈와 연이 깊은 작가 4인의 프론티어십과 참여로 실현되었다.


긴 작업을 마치며 작가들과 카페에 앉아 이런 창작을 기계가 대체한다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두고 우스개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본격적인 토론은 없었지만 머릿속 한편에 새로운 아젠더로 자리 잡았다.

이후 모 배우와의 협업 NFT를 검토할 기회가 생겨 묵혀두었던 머릿속 숙제를 꺼내었다. 배우의 에세이를 NFT 화하는데 AI를 도입한다면 글의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보자. 경험만큼 큰 자산은 없으므로.


칼로(Karlo)는 리서처, 엔지니어 등 굴지의 실력자들로 구성된 AI 연구소 <카카오 브레인 카카오브레인 (kakaobrain.com)>에 소속된 AI 아티스트이다. 1억 2천만 장 규모의 텍스트, 이미지 학습을 토대로 문맥에 맞춰 다양한 화풍의 그림을 그린다. 의성어, 의태어 등의 반응보다는 맥락이 있는 상황 묘사에 적극성을 발휘하고 웹툰, 팝아트 등 구현 가능한 그림체는 다양하지만 과거 유산을 보다 많이 학습한 결과로 인상주의와 같은 고전적 화풍에 좀 더 강점이 있는 듯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서로의 역할이 선명한 협업 방식이다. 원작자는 글을 제공하고, 기획자는 글을 해체 및 재구성하여 프롬프터를 통해 칼로와 소통한다. 칼로는 이를 인지하여 그림을 완성하는데 이 그림들을 선별하고 조합한 후 효과를 주면 아트 NFT가 완성되는 순이다. 이 때문에 칼로는 이미지로, 인간은 텍스트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커뮤니케이션 합이 무척 중요하다.

연초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칼로(당시 이름은 민달리)가 그린 99종의 호랑이 그림이 NFT로 발매되었지만 본격적인 시장의 평가를 받기 전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크리에이터(혹은 생산자) 입장에서 과정에 이입하고 결과물을 받아보니 칼로는 인격체로 실제 하지 않지만 또한 실제 한다는 기분이 듣다. 영화 <고스트 스토리>의 C처럼 헝겊을 뒤집어쓰면 존재를 드러내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NFT를 매개로 한 인간의 협업은 묵직한 여운으로 남았고 기술의 협업은 짜릿한 신선함으로 다가온 거 같다. 모두 아름답고 가능성은 무궁하다.

 

그림 출처. 카카오브레인 (kakaobrain.com)

최근 칼로와 갤럭시 북 2 시리즈의 콜라보(갤럭시 북 아트 프로젝트 (samsung.com)) 소식을 듣고 마치 친한 친구의 성공을 보듯 덩달아 기분이 들떴다. 마침 삼성 홈페이지에서 칼로가 3개의 키워드로 작품을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니, 방문과 체험을 추천드린다. 기술의 개방성이 확장되어 사용자 저변이 넓어지면 심리적 장벽은 낮아지고 친숙함과 호감도는 상승될 것이다. 그리고 AI든 NFT든 기술을 명명하는 용어들의 정의가 희미해질 때 비로소 실제(In Real World)에 실제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