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NFT] 더커런시, 카우스, 히어로덕
대화 중 NFT에 대한 정보 불균형이 클수록 "왜"라는 질문에 강하게 봉착한다. 최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데미안 허스트 <The currency(The Currency (heni.com))>의 최종 투표 결과를 두고 질문하는 사람도, 질문받는 사람도 “왜 NFT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1만 개의 도트 문양 작품을 작업한 후 구매자에게 피지컬 아트웍 또는 디지털 버전의 NFT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였다. NFT를 선택할 경우 동일한 피지컬 작품은 소각한다는 규칙을 세웠다. 21년 7월 21일 판매를 시작으로 1년 간의 투표를 거쳐 피지컬 4180개, NFT 5820개의 작품이 확정되었다. NFT는 구매자가 팔기 쉽다, 프로젝트의 흥분을 간직할 수 있다, NFT는 변동성이 큰 시장으로 안전하지 않다 등등 설전이 오고간 결과이다.
작품 넘버와 친필이 각인된 1만 개의 작품은 물감의 색, 무게, 질감, 밀도 등 각기 다른 고유성이 갖고 있으며 각 작품의 제목은 작가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졌다.
데미안 허스트는 예술, 자본, 커머스 모두 '민음과 신뢰'에 기초한 신비함(ethereal)이 있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와닿는 표현이다. NFT를 포함한 블록체인 기반의 그 무엇이 보여줄 세상은 기술 이전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작동하며 기술은 그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발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미안 허스트의 벚꽃 연작에 이은 the currency까지 피지컬과 디지털의 경계를 허무는 확장 경험을 통해 예술은 더 큰 포용성과 유연성을 갖게되고 NFT 아트의 토양은 더욱 단단해졌다고 본다. 1만 개의 작품 중 1천 개를 보유한 작가 역시 모든 작품을 NFT로 선택하였으니 말이다. 참고로 그는 예술, 비지니스, 디지털 월드가 교차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1천억 수준의 판매고를 올렸다. 개척자(pioneer)의 선전으로 더 많은 예술가들에게 도전할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카우스(브라이언 도넬리,Brian Donnelly)는 상품과 예술품의 합일을 지향하는 가장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19년 소더비 경매에서 카우스 작품이 167억의 최고가를 경신하며 그해 전체 미술가 18위(경매로 거래된 작품의 총매출 기준)에 올랐으니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통상 예술은 불확실한 가치 특성상 신뢰 높은 기관(예술 학교, 갤러리, 컬렉터, 미디어 등)에 의해 판단되는데 이는 작가의 경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카우스는 그래피티 작가로 시작하여 칸예 웨스트 앨범 커버, 나이키 스니커즈 등 수많은 브랜드 협업으로 인지도를 쌓은 후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컴페니언을 통해 예술에 깊숙이 침투하였다. 대중성을 겸비한 예술성으로 그의 전시, 벽화, 조형물 등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도 하다.
카우스 역시 퍼렐 윌리엄스, 니나 샤넬 애브니(Nina Chanel Abney)와 함께 고다(Goda) NFT 플랫폼을 통해 NFT 드롭 계획을 발표하였다. 아티스트들의 창의성을 가장 본질적이고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뉴 미디어가 될 것이라는 비전이다. 곧 해당 NFT 구매 자격이 주어지는 Goda Mint pass(https://www.premint.xyz/goda)가 래플 방식으로 판매된다니 관심 가져볼 만하다.
국내에서는 NFTism의 아트로 태동하여 현대미술에 족적을 남기고자 글로벌 도약을 준비 중인 히어로 덕(Hero Duck) 프로젝트가 있는데 레거시 아트 문법을 차용한 로드맵이 흥미롭다. 거대 공공 조형물 제작, 세계 유명 갤러리 전시 및 페어 참가, 글로벌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의 아트 브랜딩과 함께 컬렉터를 위한 옥션 낙찰 금액의 홀더 배분, 갤러리 전시 순수익의 50% 홀더 배분, 아트 게임 및 메타버스, 토큰 발행 등 디지털 자산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레거시 문법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참여와 보상으로 팬의 깊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팬덤명은 소덕비(Soduckby)이다. 프로젝트 팀의 전문성 뿐 아니라 이를 진두지휘하는 트래져랩스 대표님의 업력과 내공을 보면 신뢰 높은 프로젝트로 그 포부를 응원한다.
우리나라는 컬렉터가 연간 230% 이상 증가하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아트 마켓 중 하나이다. 서울 옥션 1분기 매출은 220억으로 작년 동기 비 2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5% 급증한 것이 비근한 예이다. 성장의 동력은 세대 확장인데 그들은 아트 소비를 통한 영감(inspriation), 자기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선택하고 있다. 물론 BTS RM이나 GD와 같은 아이돌 아티스트들의 역할도 한 몫 하는 듯하다.
9월 초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 Seoul | Frieze)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함께 개최된다. 코엑스 A, B, C, D홀을 다 채울 정도의 규모이니 그중 NFT 아트가 어떻게 포지션되어 대중의 관심을 이끌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