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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레양 Aug 11. 2022

영화의 친필 각본은 누구 소유인가

[영화 NFT] 강력한 내 편 만들기

텐트폴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된 올여름, 기대에 찬 관객들의 발걸음은 가볍겠지만 매일의 성적표를 받아야하는 투자/제작사의 입장은 어떠할까.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팬덤, 후려치는 타격감의 카타르시스, 구씨 후광이 더해져 1,600만 명 을 훌쩍 넘어 금자탑을 쌓은 <범죄도시 2>에 이어 30년의 시차 없이 '클래식은 영원하다'를 증명한 <탑건>의 성공까지 시장은 가파른 회복을 기대했지만 이후 개봉한 200억 이상의 대작들이 손익 분기점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자 기대감은 곧 착시 효과로 조정되는 국면이다.

스타 플레이에 기댄 안이한 기획이라는 평가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소재는 다양해졌고 기술은 발전했으며 연기는 깊어졌다. 다만 과장을 조금 보탠 2년 남짓의 공백기 동안 시장의 헤게모니는 더욱 더 고객에게 쥐어졌는데 그 변화에 탑승하여 과정을 달리했다면 결과가 어떠했을지 궁금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모바일 앱의 평균 이용시간 조사 시 표본은 OTT, 웹소설, 게임, 검색, 메신저, 이커머스 등을 포함하는데 이는 콘텐츠 간의 경쟁이 아닌 고객 시간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을 의미한다. 시간과 참여, 참여와 충성도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덧붙여 이에 따른 정당한 대가까지 요구되는 세상이니 참여와 보상이야말로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근간이다.


올여름 개봉작 중 <외계+인>은 서로 다른 시공의 세계가 교차 편집되면서 하나로 접합되지 못한 무드 탓에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우세하다. 두 세계의 사건, 캐릭터, 캐릭터 관계도 등 복잡계를 압축된 시간 내에 풀어야 하는 영화 대신 웹툰, 무빙툰 등 연재 및 소통이 용이한 콘텐츠 포맷이 선행되었다면 고객의 참여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우호적 팬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조정래 <정글만리>의 연재 후 출간 방식과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등 멀티 포맷을 구사하는 연상호 식 OSMU(one source multi-use)가 떠오른다.


영화라는 단일 포맷을 고수한다면 NFT를 통해 팬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법도 있다.

영화 기획 단계 NFT를 드롭할 경우, 이를 통해 영화 제작에 필요한 시드 머니을 확보할 수 있는데 보상으로 엔딩 크레딧 노출 등을 설계해 볼 수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출연진 캐스팅 투표, 엑스트라 출연 등도 가능할 것이다. 이외 개봉 시기에 맞춰 NFT를 드롭한다면 화제성이 주 목적일 것이다. <특송>은 주인공을 오마주한 아트 NFT를 발매하였는데 초 단기 완판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이 NFT는 트래져스 클럽이 구현할 메타버스의 멤버십으로 사용 가능한 만큼 또 다른 참여 동기를 부여한다.

영화관은 예매와 이벤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NFT를 사용한다. CGV는 베리드 코리아 BaaS를 사용하여 CGV 앱에서 NFT를 민팅, 보관, 양도할 수 있다. 이미 <킹 메이커>, <범죄도시>의 플레이 포스터 NFT를  드롭하였는데 이는 사전 예매 및 N차 관람 고객 대상으로 추첨 지급하였다. 단, 현재 CGV 앱에서는 NFT를 보관할 수 있는 CGV wallet NFT 탭이 사라졌는데 미팅하게 된다면 그 이유를 파악해보아야겠다.


영화 NFT가 고객 경험 및 참여 제고를 위한 새로운 시도임에도 이해 관계 복잡한 저작권, 저작인접권으로 인해 NFT 제작 시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필요로 한다. 참고로 저작인접권은 양도할 수 없는 창작자의 고유 권리로 저작권을 보유한 당사자일지라도 저작물 가공(2차 창작물) 시 창작자의 사전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기회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계약 시 NFT 판권에 대한 합의와 명시가 필요하다. 실제 두나무가 왓챠에 투자 시 왓챠 오리지널 등 일부 콘텐츠에 대한 NFT 사업화를 포함하였다. 다만 고전이 된 영화들은 NFT 제작 시 권리 이슈로 분쟁을 낳기도 한다.

Tarantino NFT Collection (tarantinonfts.com)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는 대표작인 펄프 픽션(Pulp Fiction)의 친필 각본을 NFT화 하기 위해 SCRT Labs과의 콜라보를 공개했다. NFT는 영화의 아이코닉 씬에 대한 스크립트와 쿠엔티노의 음성 코멘터리로 구성하여 2개 타입(스탠다드, 시크릿)으로 제작 예정이었는데, 특히 시크릿 NFT에는 프라이빗 메타 데이터, 오너십, 액세스 컨트롤을 추가 보상 설계하였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미라맥스(Miramax)와의 소송으로 해당 NFT는 홀드 된 상태이다.

타란티노는 친필 대본은 영화 자체가 아닌 개인 자산이며 NFT는 본인이 권리를 갖고 있는 출판의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라맥스는 96년 계약 당시 만들어진 기술이 아니므로 모든 권리는 본인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NFT 판권 해석에 대한 판례로 이정표가 될 수 있겠으나 제로섬 게임이라는 여론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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