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NFT] 새로운 지평과 경험
스니커즈 리셀 마켓이 한풀 꺾이는 무드이지만 톰 삭스(Tom Sachs)와 그의 새로운 스니커즈인 GPS(General purpose shoes)의 하입은 여전하다. 톰 삭스를 대표하는 아트 프로젝트인 스페이스 프로그램(Space Program)의 일환으로 개발된 마스 야드 시리즈는 ‘화성에서 신는다’라는 스토리와 희소성 그리고 유명인의 착샷을 덤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시세를 형성하며 슈박스에 고이 모시는 관상용 신발을 되었다. 그러나 정작 톰 삭스 본인은 보는 신발이 아닌 신는 신발, 신발의 본원적 존재 이유를 강조하며 다목적 신발인 GPS를 다시금 선보였다. 때마침 서울의 아트 스폿 3곳에서 톰 삭스의 작품이 전시 중이니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아트 파편의 경험 조각을 모아 그의 세계관을 관찰하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3개의 스폿 중 서울 포트힐에서 전시하는(22년 6월 25일-8월 20일) <로켓 팩토리 페인팅>은 아트 NFT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경험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만하다.
아트 NFT는 비플(Beeple)이 매일 작업한 작품들을 모아 하나의 거대 작품으로 완성시킨 <매일 : 첫 5천 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천930만 달러(약 800억)에 낙찰되며 세간의 이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국내에서는 업비트가 NFT 마켓플레이스를 열면서 서울 옥션의 XX블루와의 협약을 통해 본격화되었다. 이와 함께 갤러리, 뮤지엄 등 힘 있는 프로 모토가 없으면 데뷔조차 녹록지 않은 레거시 아트 씬에서 C2C 거래 구조의 NFT는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청사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실제 우리와 함께 아트 NFT를 드롭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기꺼이'라는 한 단어로, 설득이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창작의 도구라 하였다. 모션 그래픽과 사운드를 더한 동적 이미지를 통해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스러움이 아트 NFT의 매력인 것이다.
그러나 취향과 네임 밸류가 형성되기 전인 시장 도입기에는 작품성과 상업성의 가치가 모호하고, 낮은 진입 장벽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양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NFT가 커뮤니티 빌드업의 핵심 기능이라는 시장 합의가 생기며 상대적으로 로드맵과 유틸리티를 보여주기 힘든 장르적 한계로 시장은 발 빠르게 또 다른 장르의 NFT로 확장되고 있다. 물론 XX블루를 필두로 MMCA의 아트 NFT, 갤러리 현대의 에트나(Etnah), NFT 아트 작가와 팬을 이어주는 마이 바이어스(Mybias) 등 시장은 다각화를 통해 규모화, 안정화될 전망이다. 또한 NFT를 우리 시대의 새로운 미술 사조로 등재하려는 노력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NFT는 '디지털 소유 증명서'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 금융 자산과 소셜 자산이 결합된 새로운 자산의 출현이며, 매매를 통한 자산 증식 효과 외 재미와 연대를 통한 커뮤니티 결속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개별 작품이 아닌 세계관과 스토리 안에서, NFT를 매개로 커뮤니티가 작동되는 방식을 보는 것은 크리에이터와 컬렉터 모두에게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 선두에 톰 삭스의 NFT 프로젝트 <로켓 팩토리(Rocket Factory) https://tomsachsrocketfactory.com/>가 있다.
톰 삭스는 브리콜라주(bricolage)라는 작업 방식에 시대적 유머와 아이러니를 더한다. 소비주의의 절대적인 종교와도 같은 브랜드 로고가 로켓의 조각(머리, 몸통, 꼬리)이 되고 그 조각의 모음으로 NFT가 완성되는데 이를 완성하는 주체는 NFT 홀더이자 홀더들의 집단인 커뮤니티이다. 샤넬, 코카콜라, 나이키, 키티 등 총 30개의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로켓 조각은 조합을 통해 15만 개 이상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NFT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작품은 1,000개로 제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켓 NFT 중 작가가 선별한 일부는 캠버스 작품으로 재탄생되며(이번 전시를 통해 캠퍼스 작품 일부를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일부는 미니어처 로켓으로 만들어져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로 이어진다. 하늘을 난 미니어처 로켓은 또 다른 작품이 되어 NFT 홀더에게 주어지니 이보다 강력한 보상이 있을까 싶다. 나이키 로고로 조합된 로켓 NFT 홀더에게는 글의 서두에 언급한 GPS를 증정하는 이벤트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작가는 창작의 도구를 제공하고 이는 커뮤니티에 의해 재창작된다. 그리고 작가는 이에 영감을 받아 또 다른 작품을 완성하는 창작의 순환 고리를 통해 작품 세계도, 커뮤니티도 성장한다. 버드와이저가 자신들의 브랜드 로고로 조합된 로켓 작품 <Life of the party>를 8 ETH(약 3,000만 원)에 구입하였으니 브랜드 자신도 이 유희를 즐기는 듯하다.
톰 삭스는 애플과 같은 완벽함을 구현할 수 없지만 애플 역시 자신과 같은 인간의 터치를 재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광활한 우주를 향하는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아트 피스들은 한 땀 한 땀 손으로 완성되어 성글어 보이지만 이는 페이크 아트(Fake art)가 아닌 우주로 가기 위한 프로타입이라 말하는 '진지함의 아이러니'는 우리가 구분 짓는 많은 경계를 지운다. 이것은 곧 독창적인 세계관의 확장이고 NFT의 성장도 이를 닮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