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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PD의 잡학다식 Aug 28. 2021

세상을 보는 창, 그리고 에디터

서평, <굿바이 편집장> (고경태 저, 한겨레출판)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세계를 만납니다. 직접 본 일은 없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것을 모두 압니다. 태풍이 올라오는 것도, 류현진, 손흥민의 소식도 우리는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페이스북 같은 도구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듣습니다. 이런 도구를 미디어, 우리말로 매체라고 합니다. 미디어가 없다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을 이해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단절과 고립, 비대면이 덕목인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미디어가 세상을 보는 창이라면,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창을 내는 방향과 창틀(프레임)의 모양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자, 프로듀서, 감독, 작가 같은 미디어맨들입니다. 그러니까, 신문 기사와 방송 뉴스를 소비하는 우리는 이 사람들이 ‘선택한’ 것들을 보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크게, 어떤 것은 작게, 어떤 것은 길게, 어떤 것은 짧게, 어떤 것은 맨 앞에, 어떤 것은 뒤에... 일반인이 아직 모르는 사건이나 현상을 ‘뉴스’로 만드는 사람, 대서특필이냐 단신이냐 정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죠. 뉴스 매체마다 이런 결정의 최종 권한을 가진 직책이 있는데 신문은 편집국장, 방송 뉴스는 보도국장, 그리고, 잡지는 편집장입니다.

   <굿바이 편집장>은 편집자, 에디터의 세계를 다룹니다. <한겨레21>, 지금은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1990년대 중반 창간 이후 2000년대까지 시사주간지는 물론, 대한민국 언론미디어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잡지로 기억합니다. 이 미디어의 편집장을 맡았던 고경태 에디터가 쓴 책 <굿바이 편집장>은 읽을거리가 많습니다. 어떤 아이템을 다룰지, 표지 디자인, 사진 한 컷, 헤드라인 한 문장, 필자는 어떻게 선택하고, 결정하는지 뉴스가 만들어지는 이면과 의미를 촘촘하고, 꼼꼼하게 썼습니다. 우리 앞에 뉴스가 도달하는 과정에서 미디어맨들이 어떻게 토론하고, 갈등하고, 싸우고, 정성을 기울이는지 잘 보여줍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 미디어의 내부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또 뭔가 새로운 일을 꾸미는 분들이라면, 그 분야가 무엇이든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게는 글을 쉽게 잘 쓴다는 게 뭔지 알게 한 또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2020년 9월, 큰나무교회 가정예배서 ‘오순도순 한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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