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lph Kirshbaum, J.S. Bach Cello Suites
9월 첫날, 시원한 바람맞으며 강화도 가는 길,
운전하면서 J.S.Bach '무반주 첼로 모음곡' 랄프 커쉬바움의 연주로 들었다. 몇 년 전 프로그램 때문에 만난 첼리스트 허윤정 씨가 첫 손에 꼽으며 ‘지적인 연주'로 평했던 커쉬바움의 음반이다.
그의 연주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바흐 첼로 모음곡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이 곡을 발굴해 처음 연주하고, 녹음한 파블로 카잘스의 영향인지 사람들은 '첼로의 구약성서'라며 엄숙함, 거룩함, 종교적 분위기 등을 말해왔다.
물론, 거기에는 '이 한 장의 명반' 안동림 선생의 해설도 한몫했을 것인데...
나도 카잘스의 LP를 시작으로 푸르니에, 요요마, 슈타커, 비스펠베이를 들어왔으나 ‘즐거움', '유쾌함' 따위의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고, 대부분 심연을 훑고 가는 저음의 매력 앞에 깊은 침묵과 성찰의 분위기를 느끼곤 하였다.
그러나, 커쉬바움의 연주는 매끈하고 가벼운 탄력과 즐거움이 있다.
사실, 쿠랑드, 알라망드, 사라방드, 지그 등 이 모음곡을 구성하는 노래들은 모두 프랑스 춤곡의 이름이다. 따라서 이곡의 정확한 이름은 '무반주 첼로 무곡 모음집'이라 해야 할 것이다. 춤곡에서 엄숙, 거룩, 경건을 찾는 것보다는
유쾌, 발랄, 흥겨움을 느끼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기야 구약성서에도 모세 오경, 예언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윗의 시편, 솔로몬의 아가도 있지 않은가.
커쉬바움의 바흐 연주에는 밝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