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단단한 개인> (이선옥, 필로소픽)
올해로 직장생활 25년 차가 되었습니다. 사회생활 시작 첫 해에 태어난 후배들이 입사해서 함께 일하기도 합니다. 그 사이 세상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고방식, 태도, 취향,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 그래서 사람들 대하기 어렵고, 때때로 말귀를 못 알아들어 고생하기도 합니다. 자칫 ‘꼰대’가 될 수 있고, 잘못하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매사 조심스럽습니다.
어디 직장만 그런가요? 사회로 시선을 넓혀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다양한 주의, 주장이 난무하고, 저마다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소셜미디어에서 사회적 이슈를 두고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치적 견해나 진보와 보수 같은 문제는 물론이고, 낙태, 동성애 같은 예민한 이슈에 소신을 밝혔다가는 자칫 온갖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눈치 보게 되고, 주눅 들기도 합니다. 혹시 내가 세상 변화의 흐름에 뒤처진 편협하고, 고루한 사람은 아닐까?
복잡한 세상에서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동의와 침묵을 강요하는 ‘큰 목소리들’에 기죽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 작가 이선옥은 바로 ‘사유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작가는 우리 사회 여론을 형성하는 미디어들과 무슨 무슨 ‘이즘’, ‘ ~ 주의자’들의 주장이 거칠고,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으며,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사람들 또한 편견에 치우친 사례가 적지 않음을 차근차근 밝힙니다. 한 예로,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잘못 쓴 신문 기사, 통계를 인용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작가는 현상과 사건, 사람에 대해서 조급하게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고, 늦더라도 바르게 판단하는 습관을 강조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결과, 누구의 편도 아닌 자리에 혼자 있을지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합니다. 곧 사유의 힘입니다. 나의 생각을 세우는 일에 치열하고 집요하면서도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는 유연함을 가진 단단한 개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좋은 영화, 책, 그림, 음악은 무엇일까요? 저는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을 주장하기보다 다양한 생각, 질문을 던지는 책, 이선옥 작가의 《단단한 개인》, 많이 유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