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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고보니 꿈이엄마
May 22. 2021
시작하는 말
준비물이 필요 없는 '엄마표 입육아'
앗, 내가 임신이라니..! 계획했던 임신이 정말 계획대로 되어버렸다. 지식 욕심이 많고 수집 욕구가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책을 모두 모아놓은 도서관이나 아카이브를 가지는 게 꿈이었는데, 제대로 된 된장찌개를 끓이자니 텃밭에 콩부터 직접 길러야 할 것 같은 욕심에 머릿속 꿈을 포기했던 내가! 임신이라니...... 그 순간 처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36개월 전까지 아이가 알고 있는 어휘의 양이 아이의 두뇌 발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풍문(?)이었다.
일요일 밤 식탁에 앉아 육퇴 후 나는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니 얼마 전 첫 아이가 드디어 그 36개월을 넘고 말았다. 내가 들었던 그 풍문이 맞는지, 맞았다면 어떻게 적용해왔던 것인지 그 과정을 한번 되짚어보고, 이제 9개월이 된 둘째 아이에게 더욱 잘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첫째 아이는 발달이 조금 빠른 편인 남자아이이다. 두 돌 무렵 문장으로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돌이 지나고부터 집에서 아이와의 대화에 조금씩 생활 영어를 노출하자 세 돌이 지나니 혼자서 영어를 말하며 놀기 시작했다. 성급한 일반화를 해보자면 또 만 두 돌을 투자하면 새로운 언어를 어느 정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는 있겠구나 하는 욕심이 드는 아이이다. 70일 무렵부터 제대로 책을 노출시켜줬던 보람이 있게 지금도 다양한 책을 비교적 보여주는 데로 흡수한다.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아서 내가 내 발등을 찍을 수 있어 항시 그 앞에서는 말도 행동도 조심해야 하는 나의 영원한 첫사랑이다.
둘째 아이는 영아 내사시를 진단받고 8개월에 사시 수술을 받았다. 증상을 발견하고 확진을 받고 수술을 받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 그리고 둘째의 숙명(?)에 따라 오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책에 대한 노출이 적었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라는 마음으로 키우다 어느덧 9개월이 되었는데 책을 이쪽으로 보여주면 고개를 저쪽으로 휙! 저쪽으로 보여주면 고개를 이쪽으로 휙! 돌리는 것이다. 엄마 마음을 턱 하니 들었다 놨다 하며 벌써 장난꾸러기 조짐이 가득한 천사 같은 딸이다.
아이들이 기질적 차이가 점점 보이고 현실적으로 체력도 시간도 점점 딸리기 시작하는 애둘맘으로써 이 글을 통해 나의 어떤 '입육아'가 아이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기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