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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Sep 05. 2020

드디어 부에노스 아이레스

남미의 시작

공항에서 리무진을 타고, 다시 벤을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은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외국에 처음 도착하면 으레 이런 기분을 느끼는 듯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시가지 건물


리무진 기사님이 숙소 바로 앞까지 태워주신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에어비앤비는 여행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아파트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4명이서 사용하기로 했는데, 타인의 방해도 없이, 오로지 한국인 동행들 뿐이기에 오히려 휴식을 취하기엔 충분할 것 같다.


밥을 해먹을 요량으로 장을 보러 나선다. 아르헨티나에 왔으면 그래도 소고기를 사 먹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근처 마켓도 가고, 소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으로 정육점에도 들린다. 아르헨티나 페소로 적혀있는 모든 금액에, 부위별로 나눠져 있는 소고기를 열심히 번역기를 돌려가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세상에, 고기 1kg에 350페소. 만원도 안 하는 금액이다. 이래서 아르헨티나 하면 소고기, 소고기 하나보다 -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맥주도 2천 원이 안된다. 그냥 다 싸다. 좋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어느 정육점 메뉴판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의 정육점 고기들




비도 오고, 체력도 별로고 쉬고 싶다. 

원래 같았으면, 혼자 어디로든 돌아다녔을 법 한데, 동행과 함께하니 나의 자유는 조금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히려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을 준비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숙소 침대에 드리 눕는다. 얼마 만에 제대로 누워보는 것일까. 

집을 나서 인천 공항까지, 그리고 33시간의 비행, 그리고 다시 숙소까지. 꼬박 이틀 내내 제대로 누워보지도 못했으니, 침대에 눕는 순간 곯아떨어질 뻔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잠을 청하기 전에 낮에 사 온 소고기를 썰어보려 한다. 동행과 함께 어찌어찌 소고기를 굽고, 감자튀김을 튀기고, 와인을 따 본다. 와인은 있는데, 오프너가 고장 나서 둘이서 한 명은 병을 잡고, 한 명은 오프너를 잡고는 어렵사리 와인을 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내는 순간이다.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접시에 담긴 고기 가격은 대충 3천 원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이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앞으로 2주 동안 같이 지낼 사이인데, 빨리 친해지고 서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밥을 먹고, 맥주 한 캔을 먹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 피로하기도 한데, 술도 조금 먹었기도 하고, 시차 문제도 있어서 그런지 누우면 금세 곯아떨어져버릴 것만 같다. 코를 골진 않을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여기가 지구 정반대 편, 부에노스 아이레스라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는 않는다. 무얼 보고 느껴야 실감이 날 수 있을까. 갖은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잠에 들고 만다.


그렇게 남미 여행의 첫날은 바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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