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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Oct 31. 2019

머리 올린 지 2년

알면 알수록 어려운 골프, 그래도 포기는 못해!

11월이면 골프 입문 머리 올린 지 2년이 됩니다.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휴일마다 골프백 메고 필드 나가는 남편한테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육아에 시달려 심신이 지쳐있을 때였지요. 어차피 그때는 골프를 배우라고 해도 아이들이 어려서 못 하니 일찌감치 단념했었죠.

육아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고 정신을 차려 보니, 남편은 어느새 승진도 하고 골프도 잘 치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키우느라 저만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서러웠어요. 그 무렵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죠.

'난 절대 집에서 밥이나 하고 애만 키우면서 살진 않을 거야. 뭐든 씩씩하게 도전하면서 살 거야! '

이렇게 굳건한 결심을 했건만 불과 2~3년 전까지 일을 다시 시작한 것 말고 별로 성과를 이룬 게 없었어요. 그러다 더 늦추면 후회할 것 같아서 뭐든 하나라도 시작하자 결심한 것이 골프였고, 수영이었어요.

<봄ㆍ여름ㆍ가을을 지나 겨울은 건너뛰고 또 다시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멋 모르고 입문한 골프는 생각보다 엄청 과학적이고 힘든 스포츠였어요. 겉으로 볼 땐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고. 단순한 스윙 동작으로  공치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 싶었죠. 더구나 TV 방송에서 유튜브에서 프로들의 제각각 레슨이 차고 넘치는 것도 이상했어요.

도대체 왜 같은 동작을 레슨 프로들은 죽어라고 설명을 하는 걸까요? 골프 관련된 수많은 명언들이 생겨나듯, 역시 골프는 복잡하고 희한한 운동입니다. 힘 빼는 데만 3년 걸리네, 골프는 멘털 게임이네,  골프에서는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이 아니다, 골프는 매너가 중요하다 등등 어딜 가나 귀가 아프도록 듣던 말들입니다. 래서인지 필드에서 시원시원하게 공을 날리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더라고요. 긴 시간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기에 그 사람이 다시 보이는 겁니다.


잔디를 몇 차례 밟으면서 그동안 지인들이 했던 이런저런 말들이 제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크고 작은 게임 룰도 익히고 힘을 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어디에서 힘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 과학적 이론들이 어렴풋 이해되고 있습니다.

2년째 초보인 저는, 여전히 버디 한 번 못해보고, 100타 안에 들기도 힘든 진정한 백순이 신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고, 필드에서  보내는 시간에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지인들보다 좀 더 뛰어다녀야 하고, 비거리 때문에 주눅 들 때도  있지만, 저 스스로 강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작년 가을 단풍입니다. 올해도 저만큼 고운 빛깔의 단풍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가까운 곳에 저의 골프 실력 향상을 위해 응원하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초보인 저를 팀원으로 인정해주고 도전 기회를 주는 친구들, 다양한 연습 도구들을 안겨주며 수시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동영상도 보내주는 친구. 이들이야말로 돈 한 푼 안 받고 실속 있는 레슨을 하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골프 입문 후 어쩌면 남편은 골프가 제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그만 두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한테는 미안하지만 저는 시간이 갈수록 골프가 참 재미있습니다. 남편의 걱정대로 우리 집은 안팎으로 골프 치러 다닐 형편은 되지 못합니다. 골프가 대중화되어 비용이 저렴해졌다지만, 두 사람이 맘 놓고 즐기기엔 큰 부담입니다. 저는 평일 새벽 골프를 즐겨 치는데, 그건 바로 주말 대비 그린피가 싸고 오후 시간 일할 때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친구한테 선물받은 공이에요. 처음에는 감쪽같이 속았는데, 볼수록 사랑스러운 발상이네요. 아까워서 쓸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어찌어찌 시작하다 보니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연습을 좀 더 부지런히 해서 내년 봄에는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습니다.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골프는 잘해야지 마음먹는 순간, 힘이 들어가서 더 망친다네요.


답도 없고 묘수도 없는 것이 골프라더니, 앞으로도 지금 같은 심정으로 즐겁게 지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매사가 그렇듯 '저절 되는 것이 없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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