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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Oct 25. 2019

가장 보통의 연애를 꿈꾸라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2019.10.23.

우리 집에 꽃다운 처자가 둘이나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자유연애를 즐기겠노라 선언한 그녀들입니다. 하지만 4년이 다 되도록 한 명은 일명 곰신(군대 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이고, 다른 한 명은 군대 갔다 온 남자를 4년 동안 만나고 있는 민들레랍니다.

한 사람을 변함없이 만난다는 측면에서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만, 한 편으로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하게 만나 봐야, 남자 보는 눈이 생길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저러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훌쩍 서른을 넘길 것 같아 불안한 마음도 들고요. 그나마 연애라도 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공효진, 김래원 주연의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별 이후 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해 허우적대는 재훈과 이별 이후 남자를 믿지 못하는 선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와 한 집에 있는 장면을 목격한 재훈이지만, 그녀를 잊지 못합니다. 반면 선영은 자신에게 집착하는 남자 친구와 간신히 끝을 내고 난 뒤, 남자들은 다 똑같다 여기며 진짜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재훈과 선영이 아픈 상처를 딛고 다시 연애를 하기까지 과정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솔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찌나 유쾌하게 웃었는지 모릅니다. 자칫 듣기 불편할 수도 있는 언어 수위가 오히려 영화 분위기를 잘 살려줍니다. 연애를 하면 보통은 자신을 과대 포장하게 되고 상대는 그 포장지를 하나씩 벗겨 가며 내용물을 확인합니다. 내용물을 확인하고 나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면 어떤 이유로든 돌아서지요.

선영과 재훈은 처음부터 민낯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애써 내숭을 떨 필요도 없고, 감정을 숨겨가며 아닌 척,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지요. 기쁘면 기쁘다, 화가 나면 화가 난다, 아프면 아프다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됩니다. 상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가장 쉬운 듯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요.

지나치게 환상에 젖어있는 연애는 실망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사랑에도 현실 감각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현실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갈등을 마주했을 때, 지혜롭게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싸우고 나서 뒷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길 바라거나, 나만 바라보고 나만 이해해 달라고 떼쓰는 일은 상대를 지치게 만들어버리니까요.

죽고 못 살 것 같은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시큰둥해지고, 일방적으로 당한 실연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아물게 되지요. 세상 살이 너무 팍팍해서 젊은 친구들은 마음 놓고 연애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 앞에서 포기하고 맙니다. 그래도 어딘가에 자신을 사랑해 줄 단짝이 기다리고 있고, 차가운 마음에 다시 불을 지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용기 있고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집 처자들에게도 따뜻한 연애 세포가 되살아나 가장 보통의 연애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남자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선영에게 재훈이 건네는 한마디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평생  서로 바라보면서 같이 늙어가는 것. 그게 인생에서 진짜 행복한 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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