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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Nov 17. 2019

무용극으로 보는 <Romeo&Juliet>

폴란드 까로 시어터 내한공연


<로미오&줄리엣> 공연 관람 후기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용극으로 만나기는 처음입니다. 책으로 영화로 뮤지컬로 보는 것과 달리 현대무용으로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제가 오늘(11월 16일) 본 공연은 한국과 폴란드 수교 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공연으로, 폴란드 까로 시어터 내한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무용극 <Romeo & Juliet>입니다.


현대무용으로 펼쳐지는 무용극이라 줄거리를 알고 작품을 봐야 충분히 감상할 수 있지만, 대사가 없어서 줄거리를 모른다면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굳이 줄거리가 뭐 그리 중요한가, 줄거리 없이 무용수들의 몸짓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단원들 중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한국인 여자 무용수가 있어요. 팜플렛에 있는 이름은 박시우라고 되어있네요.누군지 금방 찾을 수 있겠죠?오른쪽 끝에서부터 살펴 보세요.^^


마치 한글을 깨치지 못한 아이가 그림책을 볼 때 그림만으로도 내용을 이해하고 재미있어하는 것처럼 말이죠. 한글을 깨친 아이들은 눈이 한글 쪽으로 먼저 눈이 고정되기 때문에 그림보다 한글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상상력도 한글을 깨치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어요.


저도 스토리에 연연하지 않고 무용수들의 몸동작과 표정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단 무용수들이 정말 무용을 잘하더군요.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동작 하나하나 예술이더라고요.


하이라이트는 단연 로미오와 줄리엣이 주고받는 사랑의 언어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장면들인데, 애틋함과 격렬함이 느껴졌어요. 따스한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 그리고 서로를 향한 몸부림이 그 어떤 달콤한 언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요. 서로의 몸에 자석이 붙어있는 것처럼 이렇게 저렇게 척척 붙는 느낌. 줄리엣이 로미오의 허리를 벨트처럼 휘감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사람이 죽고 슬픔을 견디지 못해 따라 죽음으로써 그들의 사랑에도 막이 내립니다. 어쩌면 죽은 이후 또 다른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 이루어질지 모르겠네요.

주최측에서 나와 단원들 모두에게 꽂다발을 안겨주네요. 훈훈한 모습인다.


멀리 폴란드에서 건너온 단원들 덕분에 환상적인 현대무용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늦가을 밤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불멸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게 된 것은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가운데 서 계신 긴머리 남자분은 꽃다발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나오더니, 앞줄에 앉은 객석의 누군가에게 주었습니다. 꽃 받은 사람은 무슨 복인지.^^


저녁 8시 30분쯤 공연이 끝나고 근처 맥주집에서 피맥을 했어요. 마르게리따 피자(루꼴라가 잔뜩 올려진 피자를 상상하며 시켰는데 다른 게 나왔어요. 마르게르따는 토마토 페이스트. 모차렐라 치즈, 신선한 바질이 얹어진 간단한 피자였네요. 결과적으로 맛은 좋았습니다.^^)한 판을 시켰는데 커다란 쟁반만 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예전에 와서도 조각피자를 시켜놓고, 출출한 마음에 식탐이 생겨 한 판을 시키고 말았던 거예요. 결국 두 조각 남겨서 나올 때 포장해왔지요.


친구랑 피맥 하면서 공연 본 소감나누봤습니다.


1.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은 다 똑같다
2. 공연 초반에는 졸려서 눈꺼풀이 자꾸 내려왔다.
3. 폴란드 사람들은 얼굴이 작다.
4. 주인공의 비주얼은 남다르다.
5. 공산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예술 분야가 발달하는데 무슨 이유일까?
6. 안무가의 작품 해석 능력이 뛰어나다.

7. 연장 음향 시설이 조금만 좋았더라면 최고였을 텐데. 아쉽다.

8. 공연장에 건의할까? 그러면 공연 티켓 값이 비싸지겠지?

 다음에는  또 어떤 분야의 예술을 접할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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