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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Nov 27. 2019

용감한 초보, 노캐디가 웬 말

지산 CC 퍼블릭 다녀온 이야기

*2019년 11월 22일 금요일, 아침 8시 15분 티오프

새벽 6시 10분쯤  친구 차에 클럽을 싣고 지산 CC로 달려갔습니다. 최근에 기온이 뚝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이날 아침은 푸근한 편이었지요. 올해 마지막 라운딩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아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늘 문을 열고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피어납니다.>


골프장 근처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아침밥을 안 먹으면 맥을 못 추는 체질들이라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변에 골프장이 여러 개 있는데, 대부분 그 식당에서 먹고 들어간다는 걸 보니 꽤나 맛집인 것 같았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한상이 차려졌습니다. 식당 이름
(신토불이 된장 배춧국)처럼 메뉴는 딱 한 가지, 된장 배춧국이었습니다. 밑반찬으로 달걀 프라이, 두부, 고등어조림 등을 곁들인 소박한 가정식 백반이었는데, 메인은 그야말로 삼삼하고 시원한 된장 배춧국이었습니다. 소문난 맛집이라기보다 이른 아침 운동 전에 먹기 편안하고 건강한 메뉴로 적당한 음식인 것 같습니다.

<1인분에 9천원 정도하는 밥상입니다. 싼 편은 아니죠? 반찬이 많지만 국 한 그릇이면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어요.>


보통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 직원분들이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꺼내 주시지요. 이날은 직접 내리고 끌고 가서 곧바로 1인 전동카트에 실어야 했습니다.

여자 락커는 동네 목욕탕  수준이었습니다.   칸이 작아서 보스턴백이랑 갈아 신은 신발이랑 같이 구겨 넣어야 했습니다. 긴 락커 하나를 다 쓰다가 반쪽짜리 락커를 쓰니 신발 넣는 칸도, 눈높이에 달려있는 거울 없어서 불편했습니다.

<얼핏 보면 무지 재미있는 탈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손에 잡고 출발하면 짐짝처럼 부담스럽고 힘들어집니다.>


드디어 옷을 갈아입고 마트 쇼핑카트처럼 질서 있게 대기 중인 1인 전동카트를( 인당 만원씩 내고) 대여했습니다. 설명대로 둥근 레버를 아래 위로 돌리속도 조절이 가능했습니다. 백을 싣고 간식도 통에 담고 스르륵 바퀴를 굴리면 1번 홀로 출발했습니다.


 얼떨결에 드라이버샷을 한 다음 익숙하지 않은 카트를 밀고 좁다란 길을 따라 이동했습니다.(절대 평지만 있지 않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 보통 캐디님이 카트에  모두 태우고 각자 공이 있는 근처에 내려주면 세컨드샷을 하고, 또 태워주곤 하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헉헉대며 끌고 가서 카트를 세워놓고, 다시 세컨드샷을 날리고 또 끌고 또 샷을 합니다.

그린까지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런 반복되는 과정으로 9번 홀까지 돌고, 같은 코스로 돌아와서 다시 한번 더 돌게 됩니다. 결국 18홀 전부 제 발로 오롯이 걷고, 거기다 힘껏 카트를 밀고 당기면서, 방향조차 봐주는 사람 없이 초보 맘대로 막무가내 정신으로 라운딩을 마쳤습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이, 전반 후반 각 화장실 한 번씩 들른 것뿐입니다.

 이렇게 게임이 끝나고 나니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1. 친구와 함께 늦가을 풍경 속에서 라운딩을 즐길 수 있서 고맙다.
2. 내 힘으로 걷고 밀고 당기고 치는 동안, 하루 운동량이 꽤 많 것 같아 뿌듯했다.
3.  기하지 않았으니 나의 체력도 저질은 아니구나.
4. 저렴한 비용으로 칠 수 있어 좋았지만 초보에게 캐디님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되었다.

5. 나중에 팀별로 타고 다니는 카트도 대여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거라도 탔으면 좀 더 잘 쳤을까?


<초록 잔디가 황금빛으로 물들었지만, 여전히 가을 분위기는 물씬 풍겼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제가 바로 그 꼴입니다. 친구는 실력이 괜찮은 수준이라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저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마음은 있으나 몸이 안 따라주는 라운딩이었지만, 친구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날 날씨는 또 얼마나 좋았던지요. 오래도록 기억될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잠깐! 스코어는 어땠냐고요? 나눠주는 카드를 들고 갔지만 기록할 정신이 없었어요. 보시다시피 백지상태입니다. 역시 초보에게는 너무 버거운 노캐디 라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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