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기다리는 의자들입니다. 무대도 작고 편안한 의자도 아니지만, 저 공간은 특별합니다.>
각각 다른 모양의 색소폰을 연주하는 네 명의 청년들이 뚜벅뚜벅 무대로 걸어 나옵니다. 공연 제목은 '색소폰 위드유' , 연주자들은 서울대 출신 훈남 4인방 색소폰 콰르텟(4중주), '에스윗'이라는 그룹입니다.
오전 11시. 아침 일찍 출근한 직장인들이 맛있는 점심을 기다리는 시간. 그 시간 공연을 볼 수 있는 저 같은 사람은 특혜를 받은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주체 측에서 제공하는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눕니다.
<공연 전에 커피와 쿠키를 줍니다.커피는 이미 다 마셔버렸네요.^^>
더도 말고 약 50석 정도를 채워 줄 관객들이 모이면, 기다리던 공연이 시작됩니다. 한정된 티켓 수량 때문에 조기 매진은 기본이고, 언제나 빈자리 없이 꽉 차는 공연입니다만, 오늘은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 있습니다. 티켓 예매자들의 배려 없는 행동이 아쉬웠습니다. 진작 취소했더라면 다른 누군가 와서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왼쪽부터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알토 색소폰입니다.>
그룹 에스윗 멤버들이 들고 나온 4개의 색소폰은 소프라노 색소폰, 테너 색소폰, 바리톤 색소폰, 알토 색소폰(가장 대중적인 모양)입니다. 모양이 다른 것처럼 특징도 다릅니다. 크기가 클수록 소리도 점점 저음에 가깝고, 악기 가격도 꽤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는 색소폰 4개로만 연주하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다른 악기 없이 어떻게 화음을 맞출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첫곡으로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인기 있다는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을 듣는 순간, 기우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에스윗은 클래식부터 탱고, 재즈, 영화 OST, 팝 등 장르를 넘나들며 멋진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미리 준비해와서 관객들에게 설렘을 주었답니다. 앙코르곡으로 마크 론슨의 'Uptown Funk'를 색소폰으로 들려줬는데, 색소폰이 그렇게 화려한 재주꾼인 줄 몰랐습니다. 모범생들처럼 얌전히 대답만 하던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던 곡이지요.
<에스윗에 대한 정보와 연주곡 리스트입니다.>
11시부터 시작한 공연이 12시가 되어 끝이 났습니다. 그제야 한 시간 동안 양볼을 부풀리며 연주해주신 4인방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열정적인 연주에 빠져 넋을 잃고 있는 사이 그들은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힘든 한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색소폰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악기랍니다. 왠지 여름보다 겨울에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와인잔을 들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듣는 색소폰 연주. 상상만으로도 분위기에 취하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을 통해 새로운 연주자들을 알게 되어서 기뻤고, 색소폰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이었습니다. 에스윗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