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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Mar 01. 2020

페루에서도ㅡ안전하게 건강하게

2020.2.29. 토ㅡ교환학생으로 길 떠나는 딸

한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보도가 요즘처럼 절절하게 와 닿은 적이 있었던가. 오늘은 큰딸이 교환학생 신분으로 페루로 출국하는 날이다. 다행히 페루는 한국인 입국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토록 어수선한 시국에 지구 반대편으로 딸을 보내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6개월간 머물다 오는 것이지만, 요즘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은 지구 반대편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마스크 대란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아껴둔 마스크 30개들이 한 박스를 넣어 보냈다. 그곳에서 아프면 엄마가 달려갈 수 없으니 너 자신을 잘 지키라고 신신당부했다.

어릴 때부터 딸아이는  절대 한국을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지었다. 세상 밖을 유난히 무서워하는 겁쟁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자기 스스로 개척해서 길을 떠나다니 놀랍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했다.

 딸은 걱정하는 가족들을 오히려 안심시키며  말했다.
"난 코로나 청정 지역으로 떠나니 걱정 말고 다들 잘 지내세요."
그곳이 청정 지역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수 천명이 넘는 확진자들과 의심환자들, 병실과 마스크 대란 같은 것은  없으니 더 안전할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남미의 많은 나라가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더 걱정이다. 그중 페루도 예외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가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딸아이는 학교가 수도인 리마에 있다며 비교적 안전하니 걱정 말라고  나를 설득했다.


오늘 저녁 6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미국 달라스 경유 후 페루까지 가려면 족히 30시간은 걸린다고 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또 낯선 공항 대기실에서, 자기보다 덩치 큰 가방 두 개를 끼고 시간을 때워야 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같은 학교 친구 한 명과 동행을 한다는 것이다. 서로 의지가 되니 나도 한결 마음이 놓인다.

먼 나라라고만 느꼈던 페루가 벌써 내겐 가까운 나라, 가 보고 싶은 나라, 특별한 나라가 된 것 같다. 작고 여린 딸이지만 누구보다 용감한 그녀의 청춘을 응원한다. 부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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