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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Apr 27. 2020

햇빛 샤워 후 집으로

산책길에 만난 풍경

가던 길 멈추고 나란히 앉은 네 사람. 그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 2미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짧게 자른 은빛 머리카락 위에 햇살이 내려앉아 반짝거린다.

오후 4시, 늘어진 시간을 마주한 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 걸까? 그 앞을 지나가는 나도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도 귀 기울여 보지만 알아들을 수 없다.

오후의 햇빛 샤워를 마친 네 사람은 보송보송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산책길에서 만난 풍경 중에 내가 좋아하는 풍경 하나, 햇살 비치는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책을 읽거나 누군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반려동물과 나란히 앉아 있거나, 가끔 긴 의자에 혼자 누워 있거나,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을 볼 때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리고 오늘 내가 본 풍경처럼 어르신들 여럿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도 좋아한다.

뭔가 신나고 즐거운 일은 없고, 어제나 오늘이나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라면, 잠깐이라도 햇빛을 쐬고 바람을 만나는 일은 소중하다. 자연만큼 우리의 눅눅한 마음을 보송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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