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술 생각이 좀 났어!
술에 관한 책을 읽다가
#동네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을 때였다.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이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걸 보니, 소주 한 잔이 저절로 생각났다. 나도 모르게 다른 테이블로 눈이 돌아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침이라 그런지 소주병을 찾을 수 없었다. 참자!
계산하고 나오던 친구가 그랬다.
"소주 딱 몇 잔씩 마셨으면 좋았을 걸..."
하필 밖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어서 소신껏 주문하지 못하고 마음을 접은 게 영 아쉬웠던 날이다.
#아침 운동이 끝나고 나면 보통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뒤풀이를 하지만, 가끔 바로 옆 기사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곤 한다. 꼬막비빔밥이랑 오징어볶음을 주문하고 카스도 시킨다. 희한하게 그 식당에서는 소주가 아닌 반드시 카스여야 한다. 냉장고에서 밤새 냉기를 머금은 카스라서 그런가, 음식이 나오기 전에 완샷으로 들이켜야 제맛이다. 아줌마 셋이 아침부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니 혼밥 중이던 기사님들이 힐끔힐끔(저분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잘 안다) 쳐다본다. 난 그런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식당 아주머니한테 빈병을 좀 치워달라고 한다. 친구가 한마디 한다. 우리가 죄지었어?
#잠자기 전, 읽고 싶은 책을 펼쳐두고 고민한다. 커피를 마실까? 녹차를 마실까? 맥주? 하이볼? 배 안 부르면서 나른하게 잠을 부르는 건? 바로 위스키지. 예전 같으면 온더락이었겠지만, 요즘은 니트로 마시는 걸 좋아한다. 책을 읽으면서 향을 맡고 아주 조금씩 입안에 머금는다. 매혹적인 향과 입안 가득 퍼지는 오묘한 맛들이 폭탄처럼 '팡'터지는 느낌이다. 그러다 꿀꺽 삼키는 순간! 뜨끈한 액체가 식도를 지나 찌릿하게 혈관을 타고 서서히 번지는 느낌. 몇 모금 더 마시고 나면 정말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술 마시면서 책 읽으면 내용이 들어올까 싶지만 의외로 술술 잘 읽힌다. (물론 나도 집중해서 읽어야 할 책은 맨 정신에 읽는다.)
최근 정지아 에세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를 재미있게 읽었다. 책 제목처럼 정말 이 책을 읽는 동안 술생각이 많이 났다. 책에 대한 이야기랑 내가 말하고 싶은 술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보기로 한다. 어쨌든 나는 못 먹는 음식이 없는 것처럼, 못 마시는 술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아직 마셔보지 못한, 어떤 술들이 있을까 실험정신이 발동한다. 글을 쓰고 보니 내가 술꾼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아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고 분위기에 따라 적당히 마시는 정도, 술 마시는 그 순간의 달뜬 분위기를 좋아한다.
오늘도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