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짱으로 출발!
냐짱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쉬는 날마다 국내 이곳저곳 많이 데리고 다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왠지 방치하는 것 같은 죄책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육아에 지쳐 힘든 시기였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니 그 시절이 참 행복했구나 싶다.
아이들 셋 모두 데리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간 건, 큰아이 초등 고학년 때였다. 중국 상하이랑 항주를 갔었는데, 아이들 친구네 가족이랑 동행한 패키지여행이었다. 그땐 아마 나도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낯선 나라에서 느껴지는 공기와 가는 곳마다 콧속으로 훅 들어오는 냄새들,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항주에서 나룻배를 타며 누렸던 운치, 서호를 가로지르는 배에서 바라보던 몽환적이고 기묘한 안갯속 항해. 지금이라도 그림으로 또렷이 그려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이후, 우리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간 적이 거의 없다.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가족 구성원들 중 시간 맞는 사람끼리 알아서 다녔다. 그러다 어영부영 십 년 세월이 흘러버렸다. 그새 아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다. 큰딸은 일찍 결혼을 해서 사위까지 생겼다.
남편의 깜짝 제안으로 우리 가족 여섯 명이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장소는 아이들이 원하는 베트남 냐짱으로 결정했다. 여섯 명이 같은 날 각자 5일의 휴가를 잡는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날짜 맞추고 항공권부터 숙소 잡기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역시 아이들은 뭘 해도 처리 속도가 5G급이다. 드디어 출발!
나는 지금 저녁 7시 무렵 이륙한 티웨이 냐짱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6명이 일렬로 세 자리씩 나눠 앉았다. 경제적인 부담만 없었으면 국적기를 이용했을 텐데, 저가 항공을 이용하게 돼서 살짝 미안했다. 비행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내식을 건너뛰기 서운해서 사전예약 주문해 뒀고, 위스키 50ml 언더락으로 한잔씩 마시는 사치를 누렸다. 기내식이 대단히 맛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기내식이니까 먹는 동안 잠깐은 기분이 좋았다. 위스키 한잔으로 잠을 좀 청해볼까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다. 몇 모금 마실 때는 나른해져서 잠이 올 것 같더니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술을 더 시킬 수도 없고 해서,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아직 냐짱까지 두 시간 남았다.
인터넷이 안 되고 영화도 다운로드하여 둔 게 없고 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실내등은 꺼져있고 폰 화면이 밝아 눈이 너무 침침하다. 그래도 시간 때우기에 글쓰기만 한 게 없지. 끄적거리는 사이 한 시간이 지났다. 오예!
남은 시간은 한 시간.
둘째 딸은 쿨쿨 잠들었고, 막내아들은 네 시간째 영화를 보고, 남편은 영화 보다가 자다가 깨면 또 영화를 보기를 반복, 나는 휴대폰으로 글을 쓰고, 사위랑 큰딸은 <폭삭 속았어요> 정 주행하면서 소곤소곤 수다를 떤다.
언제 우리가 또 이렇게 나란히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수 있을까? 잠시 뒤면 비행기가 냐짱에 착륙할 것이다. 그곳의 첫 공기는 어떨지, 또 첫 냄새는 어떨지, 우리는 맨 처음 어디서 무얼 하게 될지, 모든 게 다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신나게 떠들고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냐짱에서 5일간 멋진 추억 만들기 이제 곧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