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안녕, 토리!

며칠새 변심한 거 아니지?

by 라향

여행 가는 동안 반려견 토리(푸들)를 어디다 맡겨야 하나 고민하던 참에, 사돈네 집에서 맡아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큰 딸네가 키우는 반려견 이루니(비숑)만 맡아주기로 했는데, 우리 토리까지 같이 봐주겠다고 하셔서 어찌나 고마운지. 덕분에 토리는 강아지호텔이라고 불리는 철창신세를 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토리가 낯선 환경에 적응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겁쟁이라서 꼬리를 엉덩이 사이로 쏙 집어놓고, 어기적어기적 기다시피 낯선 사람한테 접근할 것이다. 또 토리보다 한참 어리고 덩치 큰 이루니 등살에 도망 다니면서 어떻게 견딜까, 이루니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부산스러운 수컷강아지인 반면 토리는 세상 조용하고 소심한 암컷강아지다. 이 둘이 같은 공간에서 잘 지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토리랑 이루니는 멀뚱멀뚱 서로에게 관심이 없고, 토리는 안사돈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계속 안아달라고 낑낑댔다고 한다. 심지어 화장실 갈 때도 같이 들어가고, 침대 위까지 올려달라고 해서 매일 안사돈 품에서 잠들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듣고 토리가 자기 살 길을 빨리 찾아서 참 똑똑하고 기특하다 싶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버림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싶어 짠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 없이도 슬퍼하지 않고 너무 잘 지낸다 하니 적잖이 서운하기도 했다.


여행 다녀와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엄청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뭔가 행동이 어색하고 예전 토리 같지 않았다. 마치 "니들이 남의 집에 날 맡겼는데 뭘 잘했다고 내가 반겨주겠냐"라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꼬리를 심하게 흔들지도 않고, 반갑게 달려와 안기지도 않고 그냥 멀뚱한 표정 그 자체였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드디어 예전 토리로 돌아왔다. 내가 누우면 어느새 옆에서 엉덩이 들이밀고 눕고,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고, 내가 입만 달싹대도 한입 얻어먹겠다는 기세로 집요하게 쳐다보곤 한다. 내가 없을 때는 베란다로 나가서 여기저기 영역표시도 하고, 열린 창문으로 바깥공기도 마셨다. 정말 익숙한 모습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역시 내 집이 최고구나 생각하듯, 토리도 사돈네가 잘해줬어도 내 집이 최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토리가 사돈네집이 더 좋아서 그곳에서 쭉 살고 싶었을 수도 있으니까.)


반려견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여행 갈 때마다 동행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토리가 태어난 지 벌써 16년째라서 더 그렇다. 결정적으로 토리는 차를 못 탄다. 차만 타면 덜덜 떨며 호흡이 가빠진다. 지금도 건강이 많이 나빠졌지만, 토리 삶에 있어서 그나마 지금이 가장 건강할 때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 말만 되새기자.

' 토리는 지금이 가장 젊고 가장 건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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