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이재훈_31년>, 공연 후기
살면서 "연예인은 연예인이다."라는 감탄을 여러 번 했는데, 오늘도 그랬다.
혼성그룹 쿨의 멤버였던 가수 이재훈이 31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전국 순회라 이미 지방 공연을 마치고 안산. 서울, 제주가 마지막 콘서트라고 한다. 나는 안산공연장에서 이재훈을 만났다.
그간 뮤지컬, 연극, 음악회, 영화 중심으로 문화생활을 즐겼던 터라, 가수들의 콘서트는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콘서트는 그래서 더 기대가 컸다.
6월 28일 토요일 오후 5시,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무대가 시작되자 힙한 스타일의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이재훈이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샤방샤방 등장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관객들은 돌고래들의 합창처럼 꺅꺅대며 환호했다.
무대 위 이재훈은 자그마한 키에 여전히 잘생기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청순한 날라리'라는 별명이 딱 맞는 외모다. 순진한 것 같은데 끝내주게 잘 노는 날라리. 목소리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자세히 안 보면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을 텐데,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의 화질이 너무 선명한 덕분에 육안으로 볼 수 없었던 부분까지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제야 이재훈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싶었다.
실제 이재훈의 나이는 74년생이고 쉰이 넘었다. 게다가 두 아이의 아빠라고 한다. 사실 난 공연을 보기 전까지 이재훈이 미혼인 줄 알았는데, 공연을 계기로 이재훈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다. 공연을 위해 하루 한 끼만 먹으면서 몸무게도 10kg 감량해서,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더니, 정말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한 외모와 체력이었다. 두 시간 넘게 쉼 없이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관객들과 소통했다.
오랜만에 쿨의 노래를 줄줄이 들었더니 그 음악과 함께 했던 시절의 추억들이 되살아났다.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생각보다 훨씬 세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관객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었다. 제주도에 사는데 제주공연 티켓이 매진되어 볼 수 없으니, 이번 안산 공연을 보겠다며 직접 온 것이다. 이 사연을 들은 이재훈은 제주티켓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모두가 훈훈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이밖에도 전국 순회공연 모두 관람한 사람도 11명이나 있었다. 헉! 입을 틀어마게 되는 상황이었다.
세월이 지나서 쿨이라는 그룹은 해체됐지만 노래는 남았다. 그리고 가수 이재훈도 남았다. 아직도 전석 매진돌풍과 충성팬들의 잘생겼다, 멋있다는 외침이 허공을 가르고, 영원한 오빠 이재훈을 향한 하트발산은 계속되었다.
가수는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가 제일 멋있다. 이재훈이 나이가 더 들어도 지금처럼 지치지 않고 꾸준히 무대에서 노래 부르면 좋겠다. 5년 , 10년 뒤에는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궁금해진다.
자그마한 사람 한 명이 무대 위에서 내뿜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그 에너지는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고, 지친 마음에 힘이 되어주고, 따뜻한 위로가 된다. 그렇게 추억에 젖다 보면 마음이 파도처럼 울렁울렁 댄다. 만약 공연을 보고 싶다면, 함께 추억여행 떠나고 싶은 사람과 같이 보길 권한다. 달달한 노랫말에 취해보고, 누구나 다 아는 노래는 목청 찢어져라 따라 부르다 보면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아간다.
추억의 쿨, 추억의 노래, 추억의 이재훈이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오래오래 이번 공연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