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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Aug 21. 2017

주말에 내리는 비

일상의 메모 No.18


올 여름에는 주말에 비가 많이 온다. 비를 좋아하는 나도 눅눅한 빨래 때문에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다 마른 빨래도 비가 오면 퀴퀴한 냄새가 나서 골칫거리다. 빨래 타령을 했더니 친구가 그런다. 건조되는 세탁기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긴 빨래 문제라면 더이상 날씨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 세탁기에서 바로 꺼내서 입어도 되니 말이다.


이번 주도 토요일부터 내린 비가 일요일 자정이 다 되도록 내리고 있다. 이런 날이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대공원 안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다. 주말 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지만, 매번 날씨 때문에 곤욕을 치뤘다. 봄에는 황사ㆍ미세먼지 주의보로, 여름에는 장맛비로, 겨울이면 춥다는 이유로 매출이 줄어든다고 했다. 비만 오면 한숨을 푹푹 쉬던 그 친구가 말했다.


"요즘처럼 좋은 세상에 살면서 허구한 날 하늘만 쳐다 보고 있어야 하다니,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4차혁명 운운하는 시대에도 날씨 앞에선 맥을 못 추는 직업이 많다.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 그렇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하기에는 생계가 달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 비 오면 내 감정에 취해서 드라이브를 했네, 창 넓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네 하며 그 친구 앞에서 쏟아냈던 말들이 부끄러워진다. 말은 안 해도 그 친구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남의 속도 모르고 염장 지르는 철없던 나를 친구라고 두었으니.


비가 오면 나는 여전히 설렌다.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고, 눈을 감고 빗소리 듣는 것도 좋고, 살짝살짝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것도 좋고, 빗속을 가르며 달리는 차에서 빗방울의 흩어짐을 보는 것도 좋아 한다. 하지만 내 마음과 달리 빗물이 눈물로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기로 했다. 어느 정도 내리고 나면, 이제는 그만 내리라고. 이왕이면 주말은 피해서 내려 주라고 속삭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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