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향 Feb 01. 2018

금서 이야기

-어떤 책이든 읽어 봐도 돼

1999년 미국 도서관 협회가 발표한 ‘50권의 위대한 금서’ 목록에서 J.D 샐린저가 쓴 책 <호밀밭의 파수꾼> D. 1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셜록 홈스의 모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이러한 책들이 금서가 된 이유는 공통적으로 나쁜 청소년을 모델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 콜필드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허크의 공통점은 학교와 교회를 싫어하고, 술과 담배를 피우고, 입에 담기 민망한 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나쁜 행동들이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 금서가 되었다. 모범적이고 평범한 주인공은 더이상 매력이 없다. 문제적 인물이야  말로 독자의 흥미를 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1844년 독일에서 출간된 그림책 <더벅머리 페터> 이야기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된다. 독일 정신과 의사인 하인리히 호프만이 자신의 세 살짜리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림책을 사려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3~6세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더벅머리 페터>다. 아이들한테 올바른 생활습관과 예의범절을 가르치기 위해 과감한 방법을 선택한다. 아이들로부터 제대할 일을 하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된다공포심을 유발한다. 요즘 말로 굉장히 엽기적이고 위협적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 빠는 아이가 계속 빨면 재단사가 순식간에 나타나서 엄지손가락을 재단 가위로 싹둑 잘라버린다든가,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는 점점 말라서 결국 죽고 다는 이야기,비 오고 태풍이 몰아치는 날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간 아이는 태풍을 만나 하늘로 날아간다. 결국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도 당시 어른들의 비판을 많지만,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서 엄청나게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독서 목록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릴 때는 대부분의 책 선정을 엄마인 내가 일방적으로 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사거나 빌려줬는데, 내가 읽히고 싶은 책들을 알게 모르게 끼워 넣어 읽기를 강요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책은 무조건 재미있는 책이어야 하고, 엄마가 원하는 책은 뭐든지 한 가지라도 배울 점이 있는 교훈적인 책이어야만 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인물로 그려지느냐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 주인공이 그 나이에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거나 거침없이 욕을 하면 아이들한테 읽히기 두려다. 혹시라도 그런 책을 통해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고, 호기심에 그런 말이나 행동을 따라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실, 어른들이 걱정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나쁜 주인공이 나오는 책을 읽었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대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행동이나 말이 나쁘다는 것을 더 절실히 깨닫는 것이 아이들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허구의 인물을 통해 스토리로 받아들이게 되면 아이들은 간접 경험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생긴다.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해서 항상 밝고 따뜻하고, 감동적이며, 교훈적인 이야기만 담으려는 것은 모순이다. 아이들도 그 나이에 맞는 고뇌가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며, 무수한 일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어른들의 기준에 맞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적응하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읽으면 안 되는 책은 없다. 무슨 책을 읽든지 아이들마다 받아들이고 느끼는 정도는 다 다를 테니까, 독자의 입장에서 그냥 맡겨두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눈을 감아도 보이는 찬란한 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