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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Feb 05. 2018

슬픈 소식은 갑자기 날아든다

N의 명복을 빌며

오늘 점심 무렵,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부고ㅡ초등학교 남자 동창생 N의 이름이 있기에, 아! 그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셨구나 하고 넘어가려 했다. 그러다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읽어보니 N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였다. 믿을 수 없어서 문자 내용을 몇 번 확인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N이 어젯밤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었다.


N은 나의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몇 해전에 초등 동창모임에서 어른이 된 N을 처음 만났고, 그 후 내가 모임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N을 더 이상 보지는 못 했다. 다만 N의 SNS를 통해 간간이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N은 마흔 중반이 되었지만, 아직 미혼이다.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로 변변한 직장도 없는 것 같았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고 천성이 착해서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 하는 사람이다. 동창들 고민도 들어주고, 모임에서 문제가 생기면 중재자 역할을 하며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곤 한다.


동창들 말에 따르면 N의 이런 성격이 때론 N자신을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여럿이 술을 마신 날, 술에 취한 N은 모든 술값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해야 직성이 풀린다. 문제는 그다음 날 술이 깨면 엄청난 후회와 함께 생활고에 시달리느라 힘들어한다. 일종의 술 주사다. 친한 친구들은 그런 N 의 술버릇을 잘 알기 때문에 미리 N의 신용카드를 뺐었다가 술자리가 끝나면 돌려준다고 했다.


N의 어렸을 때 모습이 어렴풋 기억난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와 같은 반이 된 적도 없고 친한 사이도 아니지만, 학교에서 거의 모든 친구들과 잘 지내는 아이였다. 내가 동창모임에 처음 나갔을 때 가장 먼저 반겨준 친구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조문이라도 갔을 텐데, 너무 멀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일이라 따로 조문 가는 일은 힘들다. N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내가 지금 N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지금처럼 N을 기억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짧은 생을 살다 떠나는 N을 생각하니 더 애잔하다. 추운 겨울에 먼 길 떠나는 N의 명복을 빈다.


"이 세상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다음 생이 있다면 부디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렴. 이 세상에서 누리지 못 한 행복 누릴 수 있도록. 잘 가, 친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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