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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Feb 18. 2019

마음 온도 37.5도

영화, <증인>

변호사는 크고 작은 사건의 테두리 안에 교묘히 숨겨진, 진실이라는 보물을 찾기 위해 뛰는 사람이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편에서  그 사람을 변론해야 하기 때문에, 의뢰인 과의 신뢰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용의자라고 하기엔 너무 순박하고 진솔해 보이는 여자. 눈물로써 결백을 주장하는 그녀 오미란은 자신의 변호사 양순호에게 '청포도'맛 사탕 하나를 슬그머니 쥐어 주기도 하고, 콩기름으로 볶아 만든 두루치기를 꼭 맛 보여주고 싶다며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줄 것을 부탁한다. 양 변호사는 소박하고 인정 많은 살인 용의자 오미란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건너편 집에 사는 자폐 소녀 지우다. 자폐라는 특수성 때문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있는지부터 논란이 되지만, 지우가 증인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된다며 법정 출석 요구를 받는다. 문제는 지우가 알고 있는 진실을 그 누구도 쉽게 알아내지 못한다.


각자 알고 있는 대로 자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접근하니, 누구도 지우와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뒤늦게 양 변호사의 부단한 노력으로 지우의 마음을 여는데 성, 결국 지우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힌다. 변호사가 되어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지우가, 자신은 변호사가 될 수 없지만 증인은 될 수 있다며 말하던 모습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세상 때가 적당히 묻어야 출세한다는 말, 진실만을 위해 정의 편에 서는 사람은 순조롭게 살아가기 힘든 세상. 진실 앞에서 적당한 타협을 하며 살아가려는 사람들과 달리, 진실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변호사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 준 사람은 그의 여자 친구 수인이다. 진실을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우는 수인. 수인 순호 곁에 있어서 고마웠고, 두 사람 같은 변호사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 소녀 지우 역을 담당했던 김향기의 연기력도 좋았고, 정우성의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미소도 좋았다. 또 아버지  박근형의 코믹 연기도 깨알 같은 즐거움을 주었다. 변호사 아들을 둔 아버지 박근형은 늘 따뜻한 시선으로 아들을 응원한다. 그 모습도 영화를 빛나게 한다.


'증인'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영화다. 영화를 보는 동안 눈물나는  감동이나 박장대소할 일도 없지만, 보는 내내 재미있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마디로 가벼운 듯하지만 묵직하고, 강렬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영화다.  지우한테 자폐라는 상황을 빼면 지우가 아니듯, 우리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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