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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Feb 10. 2019

박물관 여행,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금요일의 뚜벅이 20190208 -2

벌써 금요일이 돌아왔다. 나 자신과 약속한대로 금요일은 무조건 뚜벅뚜벅 밖으로 걸어나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오늘도 경의중앙선 팔당행을 타는 것이었지만, 갑작스런 한파로 인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정했다.


이수역에 하차 후, 2번출구로 나오니 박물관 앞마당으로 바로 연결되었다. 아이들이랑 자주 오던 곳인데, 얼마만에 다시 찾은 건지 모른 다.

거대한 건축물의 위엄은 여전했고, 평일이라 관람객이 적어 한산했다. 오늘 방문 목적은 '황금인간의 땅,카자흐스탄'전을 관람하는 것이었다. 티켓 부스에서 앞사람들이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과 함께 볼 수 있는  통합권을 사기에 얼떨결에 통합권으로 주세요 하고 말았다. 나중에 연속 관람하면서 엄청 후회할 줄은 상상도 못한 채(카자흐스탄만 보면 4천원, 통합은 9천6백원). 카자흐스탄 전이 끝나고 고려 전시관을 둘러 보다가 토할것 처럼 멀미가 났다. 건조하고 어둠침침한데다 이미 지쳐있었던 터라, 결국 중간에 뛰쳐나오고 말았다.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은 박물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귀한 전시회인만큼,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큐레이터의 작품해설을 들으며 카자흐스탄 여행은 시작되었다.

기원전4~3세기 무렵, 이식 쿠르간이라는 고대 무덤에서 발굴된 사카인 남성. 15~18세 정도에 키 약 168cm,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황금장식으로 치장한 옷을 입었다. 학자들이 그를 '황금인간'이라 부르며 현재 카자흐스탄 국가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전시실 진열장 가운데 황금인간이 살아있는 것처럼 아우라를 뿜으며 서 있고, 그 주변에 화려하고 섬세한 황금장식품들이 오밀조밀 진열되어 있다.

화려한 황금장식들과 은장식품들, 붉은 빛을 띠는 의상과 카페트, 말을 신성시여기는 풍습이 있으면서 마유와 말고기가 주식이라는 점, 우리나라 순장 풍습처럼 살아있는 말을 죽여서 무덤에 같이 묻어, 사후에 주인이 그 말을 타고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 점, 결혼한 며느리는 얼굴을 가려야 해서, 황금인간의 꼬깔모자를 일정 기간 쓰고 집안 일을 해야 할만큼 가부장적이라는  점 등은 우리와 닮은 점이 많았다.

재미있었던 것은 유르트라(몽골에서 게르라고부르는 것)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과, 그네를 두 사람이 마주 보며 탈 수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또'돔브라'라는 두 줄의 현악기를 만들 때 현은 양의 내장을 꼬아서 만들었다는 사실과 돔브라의 현에 목각 말인형을 줄로 연결해, 연주할 때마다 목각 말인형이 춤을 추는 모습은 특별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자흐스탄과 우리나라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궁금했다. 봉오동전투로 유명한 홍범도 장군, 일제강점기, 스탈린, 강제이주, 이방인, 고려인, 아리랑이라는 단어들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탈린 정권이 시작되면서 우리 민족을 일본의 스파이 역할을 한다는 명목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다. 그때 카자흐스탄에 정착한 우리 민족들은 불굴의 의지로 황무지를 개간하며 새롭게 발돋음했으며, 스스로를 고려인이라 불렀다. 그 인구가 무려 10만명에 이른다 하니 참으로 놀라웠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있다. 홍범도 장군의 묘가 아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 했다는 점, 고려인이라 부르는 우리 동포들을 위해 국가가 노력하는 점이 부족하다. 전시 맨 마지막에는 미디어 자료를 마련해 두었다. 그 영상 속에 등장하는 고려인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한국인이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 하는데, 여전히 아리랑을 기억하고 부르는 사람들. 고국에서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갈망한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넓은 나라(한국 면적의 27배), 중앙유라시아의 드넓은 초원의 나라, 카자흐스탄을 낯선 나라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통해 카자흐스탄이 우리와 특별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주 24일이면 전시가 끝난다. 귀한 유물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한 뒤에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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