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스툴이라는 이름의 책방에서 살았다.
커다란 상가 속에 살림을 차리고 눌러앉았다고 하기는 영 애매하지만,
분명히 그곳에서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때론 잠도 잤으니까.
이것은 어쩌면 나의 집, 그리고 하루가 멀다고 나의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집 안에 들어가 사는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 때 하는 일이라곤 책을 읽는 것뿐이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동시에 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작 3년이 된 책방은, 세대를 건너 계속되는 책방들에 비하면 역사로는 가져다 댈 수가 없다. 그러나 천천히 지난 3년을 생각해보면 꽤 긴 세월이 훌쩍 흘러 가버린 것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많은 품과 마음을 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늘 밀도 높게 늘 생각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이상하게도 제법 듬직한 3년을 주욱 적어보았더니 책이 되었다. 뭐든 눌러 담으면 종이 한 뭉치는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앞으로 내게 남은 날들도 책이 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꽤 많은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이를테면 자주 보는 사람이나, 그 사이 오고 가는 마음이나,
함께 읽을 빛나는 글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