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마로나 리뷰 (4)

[시네마에세이스트] 환상의 마로나 리뷰

by 모퉁이극장

마로나의 삶의 끝에서 마로나의 인생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첫 탄생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종족의 결합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랑 속에 자랐지만 한순간에 엄마를 떠나 자신을 어색해하던 아빠와 짧은 조우 이후 그녀의 인생 여정은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녀와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곡예사 마눌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가고 마눌로부터 “행복이 작은데 있음을 깨닫기도 한” 마로나는 그로부터 행복의 냄새를 알아간다. 그러나 “행복은 고통으로 가는 길목일 뿐”이라는 그녀의 생각대로 마눌의 냄새가 변함을 알아차리고 그를 위해 그녀는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녀와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이스트반이다. 마로나는 그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그의 마음을 옥죄고 있는 부인과 어머니로부터. 그를 위해 하기 싫은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마로나에게 남겨진 것은 동물 보호소행이었다.

달리고 달려 그녀가 네 번째로 만난 사람은 솔랑주였다. 가장 긴 시간 동안 그녀와 함께 한 솔랑주. 시간의 흐름이 감정의 깊이를 얕게 만들었는지 마로나를 점점 귀찮아하는 솔랑주의 모습에도 그녀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솔랑주를 대한다. 그리고 솔랑주를 끝으로 그녀의 행복한 인생은 막이 내린다.


영화의 제목 환상의 마로나처럼 마로나는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마다 환상을 꿈꾼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의 존재만으로 그녀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가 되고 아름답게 변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세계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주인에 대한 마음이다. 그녀를 대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바람이 점점 빠져나가는 풍선처럼 식어가지만 마로나는 처음으로 만났던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사랑을 준다. 마로나의 사랑이 너무 큰 것일까? 사랑이 너무 커져 버리면 사랑이 무거워진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큰 사랑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도망가 버리고 만다. 둘째는 그녀의 세계에서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다. 마눌에게 다가온, 속이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달의 서커스 단장. 이스트반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그의 부인. 솔랑주를 향해 달려오는 날카로운 이를 가진 자동차들.


그녀는 사랑으로 탄생되고 아이러니하게 결국 사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의 죽음은, 아니 희생은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마로나의 사랑을 받았던 이들은 변화되었을까?


환상의 마로나를 보면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영화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츠코 역시 마로나처럼 그녀를 만났던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의 죽음은 쓸쓸하고 황당한 죽음이었던 반면 마로나의 죽음은 외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상을 쓸쓸하고 외롭고 어둡고 무서운 곳이 아닌 사람들과의 추억이 있고 즐거움이 있고 색색의 색깔로 이루어진 곳으로 마로나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렇다고 마냥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 사람들의 슬픈 마음을 조용히 바라보는 마로나의 눈을 닮고 싶다.



본 리뷰는 시네마에세이스트 서지우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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