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마로나 리뷰 (3)

[시네마에세이스트] 환상의 마로나 리뷰

by 모퉁이극장

나는 치앙마이에서 3개월을 지내며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전까진 채식에 전혀 흥미가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고기를 너무 좋아했다. 소위 말하는 ‘초등학생 입맛’이라 고기가 없으면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별다른 정보 없이 도착한 태국은 나의 생각보다 채식 친화적인 나라였다. 채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도 많았고 일반 식당에도 채식 메뉴가 한두 가지쯤은 당연하게 있었다. 채식 메뉴가 없는 경우 종업원에게 문의하면 따로 채식 메뉴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런 곳에서 3개월을 보내니 채식에 관심이 생긴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약간의 흥미만으로 나의 고기 사랑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채식에 관심은 생겼지만 당장 모든 고기를 끊을 순 없었다. 그래서 선택적 채식을 시작했다. 하루에 한 끼만이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고기를 사랑하는 나라도 한 끼쯤은 고기가 없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노력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어졌다. 한국은 태국보다 채식에 관심이 적긴 했지만 하루 한 끼 채식을 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채식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물의 삶에도 눈이 돌아갔다.


<환상의 마로나>는 강아지 마로나의 짧은 삶을 따라간다. 하지만 영화는 마로나의 탄생이 아니라 죽음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마로나의 마지막을 알게 된 뒤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마로나의 삶에서 잠시 머물다 지나간 네 명의 주인과 만나게 되는데 마로나는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아왔던 반려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에게서 애정을 갈구하고 주인을 잘 따르고 충성심도 있다. 그러나 왜 주인을 네 명이나 만나야 했을까?


마로나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조금 특별하다. 우리는 마로나의 시각과 후각과 청각으로 완성된 세상을 함께 본다. 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그 속의 인간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성심성의껏 마로나를 아껴주는 주인도 있지만 마로나에게 소홀하거나 해를 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상처받으면서도 마로나는 다시 인간에게 애정을 갈구한다.


우리는 살면서 마로나와 비슷한 처지의 동물을 너무나 자주 만나게 된다. 길가에 떠돌아다니는 개와 고양이는 하루에도 몇 마리씩 만날 수 있고 유기 동물 보호소에는 매일 몇십 마리씩 새로 등록된다.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동물들은 이제 보호소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한다. 또 다른 한편에선 사람들이 선호하는 종이라는 이유로 죽을 때까지 새끼만 낳는 개나 고양이도 있다. 이것은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은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지만 식용으로 길러지는 동물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고기를 좋아하던 나는 동물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지 않았다. 반려동물에도 관심이 없었고 고기가 없는 식사는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며 섭섭해했다. 그러나 육식을 줄이는 생활을 시작하고 난 뒤로 세상의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며 눈물을 흘리는 소나, 주인을 알아보는 닭뿐만이 아니다. 친한 다이버와 감정을 나누는 문어와 은혜를 갚는 까마귀 등 개와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사람과 교류하는 동물의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삶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동물과 인간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지구가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말은 너무나 많은 미디어에서 나왔기 때문에 식상할 정도지만 그렇기에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고 그 위에 빌딩을 세우더라도 인간은 지구를 정복했다곤 할 수 없다. 인간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또 더 많은 이들과 나누어야 한다.


인간은 이미 지난 수천 년을 고기를 먹는 생활을 했기에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더 나은 방법으로 동물을 기르고 더 나은 방법으로 고기를 소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육식 소비의 방향이 바뀌면 마로나와 같은 반려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자연스레 나아질 것은 분명하다. 나의 채식은 여전히 미완성이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본 리뷰는 시네마에세이스트 정지현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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