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에세이스트 워크숍 참여 후기
영화를 보기 전 사람들은 보통 검색을 해서 이 영화에 대한 후기나 정보를 미리 알고 보곤 한다. 영화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고 볼지 말지 결정하기도 한다. 나 또한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다른 사람들의 후기는 어떤 지 확인하고 영화를 보곤 했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친구들과 얘기를 할 때 우리는 느낀 그대로의 감상에 대한 얘기도 하지만, 미리 알고 있던 정보와 비교해 자신의 감상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네마 에세이스트에 참여하는 동안은 알게 되는 정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영화에 대한 소개를 찾아보지도 않고, 영화에 대한 의문이 남아도 글을 쓰기 전까지 최대한 찾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전에는 평론가들이나 영화 꽤나 본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 자체에 대한 정답은 맞을 수 있으나, 내 감상에 대한 정답은 아니었다. 처음 ‘행복한 라짜로’를 보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이 영화에 대한 해석과 평론을 찾아보고 나서 글을 썼었다. 해석을 보고 나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은 해결됐지만 내가 직접 글을 쓰려고 보니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신경 쓰느라 온전한 감상을 써내지 못했다. 이후로 영화가 아무리 어려워도 굳이 해석을 찾아가며 내 감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비록 영화에 대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이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보다 이 영화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매력적이었다. 시네마에세이스트는 이를 도와줄 수 있는 활동이었다.
글을 쓴 지는 매우 오래됐다. 휴학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동안은 굳이 글을 쓰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나름 글을 쓰긴 했지만, 일종의 정답이 정해져 있고 형식을 매우 갖춘 글이었다. 자유롭게 글을 쓴 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다. 그러나 초반에 긴장을 풀 듯 15분 글쓰기가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다같이 시간을 정해서 쓸 수 있는 만큼 글을 쓰고, 각자 쓴 글을 모두에게 읽어주는 동안 지금까지 글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습관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써온 글은 보통 교수님이나 선생님처럼 특정 누군가의 마음에 들면 됐었다. 그러나 이 곳에서 쓰는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온전히 글에 담아 누군가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활동 없이 그냥 바로 영화에 대한 글을 썼다면, 아마 내 감상보다는 평론가들의 말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나왔을 것이다. 나의 생각이 담기지 않은 글은 나쁜 글보다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영화를 보고 쓴 글은 나쁜 글이었다. 두서도 없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간 글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에 들었다. 최소한 나의 생각과 감상은 거칠지만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읽는 사람까지 생각하는 글이 좋은 글이지만, 아직 내게는 내 생각을 그대로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어려운 영화들이었지만, 남의 시선에 맞추어 끼워 맞추는 것보다 서툴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쓰는 것이 영화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감상을 온전히 담을 수 있었던 건, 이 활동에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전에 관객들은 자리를 뜬다. 그러나 모퉁이 극장에서는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면, 그제서야 영화를 또 한 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온다. 관객들마다 마이크를 들고 영화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짤막하게 얘기는 시간이 있다. 처음에는 내 생각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했고 어려워했다. 그러나 다른 관객들의 얘기를 들었을 때 관객들마다 느끼는 감상과 후기가 각자 매우 다양했다. 막상 모두가 같은 감상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직접 듣고 나서야 내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기가 편해졌다. 이는 영화 리뷰를 쓸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말하는 것보다 글로 내 생각을 정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경험 덕분에 내 생각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시네마 에세이스트 활동은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본 참여 후기는 시네마에세이스트 김다은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