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서 힘들 때 있잖아

괜찮아 부담이야

by 유로지

아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착한 달걀]이라는 책이 있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곤 하는데 그날 아이가 고른 책이었다. 태어나길 착하게 태어난 달걀 이야기인데, 다른 달걀들은 착하지 않아서 혼자 힘들어한다.


다른 달걀들도 자신처럼 착하게 행동했으면 하지만 오히려 괴롭힘만 당한다. 그러다 지치게 되고 결국 달걀 껍질이 깨지려고 하자 병원을 찾는다.


의사 선생님이 진찰을 하며 착한 달걀에게 이 한마디를 남기는데 내게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나한테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하셨어.
모든 달걀 친구들이 나처럼 착해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이래.

이 구절을 읽고 나서 나는 기분이 참 좋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부담이래" 바로 이 말 한마디 덕분에 말이다.


나도 그동안 얼마나 나에게 많은 부담을 주며 살아왔던가. 모든 관계 속에서, 모든 순간에 타인이 나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

'저 사람은 왜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내가 너무 이해심이 부족한 건 아닌가?’

‘내가 좀 더 포용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착한 달걀이 말한 것처럼, 이해해주지 못한 나도, 나처럼 행동하지 않은 상대방도 그 누구에게도 모자라거나 부족한 점은 없었다.


그냥 그런 생각자체가 부담인 것이다.

오늘도 몇 번이나 나는 부담을 주었을 것이다.


저 사람은 이랬어야 한다고 또 나는 이래야만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착한 달걀이 말했듯, 세상에 완벽한 달걀은 없고 나도 그럴 필요가 없다. 복잡한 생각은 그냥 부담으로 남겨두면 될 일이었다.


이 책의 결말은 착한 달걀이 집을 떠나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하게되고 그 과정에서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닌 착하지 않은 달걀들과도 잘 지내는 방법을 택하는 걸로 끝난다.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에서 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면 착한 달걀의 처방전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