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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Nov 03. 2022

2년의 공백이 내게 선물한 새 이름, 그래 내 이름은

너의 이름은 경단녀

애쓰고 싶지 않아.


다시 취업을 준비하게 되면서 마음 한편에 늘 자리 잡던 말은 애쓰고 싶지 않아 였다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준비하던 때처럼

조급하고 쫓기듯 나를 불러주는 어느 곳이든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이력서 한두 번 내어보고 연락이 오면 

여유 있게 면접을 가서 생각지 못하게 예상보다 빠른 복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하하하" 멋쩍은 듯 내뱉는 이런 말들이

내 상상 속에서 원하던 그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젠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아니까

다음 직장을 간다면 나와 잘 맞는 회사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전 직장과 동종업계는 절대 안 가야지

직무를 바꿔서 이번엔 새로운 도전을 해야지

희망사항을 하나 둘 새겨가며 

마음을 다잡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이력서를 열어보았다.


날짜를 계산해보니 총 경력 6년 9개월, 그게 2년 전이었다.

모니터 앞을 멍 때리고 있다가 남편을 붙잡고 물어봤다.


"밑으로 후배가 들어오는데 공백이 2년이야, 그럼 뽑을 거야?"


남편은 큰 일 아니라는 듯 날 위로하며 말했지만, 난 달랐다.

내 밑으로 2년을 넘게 쉬다 온 사람이 있다면 난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댔을 것만 같았다.


"사실 난 뽑고 싶지 않거든, 2년의 공백... 그런데 그게 나야"


7년 차 직장인으로 나름 인정받으며 회사생활했다고 생각했는데 

2년의 공백은 나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 시간들은 나를 치유하고 행복하게 해 줬지만

그것들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지는 의문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나의 이력서엔 어느새 의문점만 가득했다.

어느새 내 마음속 걱정 의자 자리에 떡하니 앉아 여유를 부리는 나의 공백기가 얄미웠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어쨌든 나는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것과

인생은 어떻게든 풀리게 되어있다는 것.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으나, 나의 취업 도전기도 글로 써보기로 했다.

난 내가 원하던 그림처럼 다시 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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