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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Dec 19. 2022

이불 안도 안전하진 않더라

우리의 목과 어깨는 소중하니까

몇 해 전 어느 겨울이었다. 뒷목이 찌릿하며 아파왔다. 별 것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퇴근길에 이러다 정말 죽겠다 싶을 정도로 통증이 지속적으로 와서 급하게 신경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여기저기 검사를 해보더니 일단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밤새 뒷목 통증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다음날 출근하지 못했다. 


다른 신경외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으러 갔다. 나의 직업과 이것저것 생활 패턴을 묻더니 의사 선생님 왈 "운동 전혀 안 하시죠?"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어리둥절했다. 뒷목이 아파 온 환자에게 운동은 무슨 말인지.

당시 진단받은 나의 병은 후두신경통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구부정하게 앉아 업무를 보며 자세가 많이 나빠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거북목이 있는 몸에 말이다. 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늘어지고 운동량은 없고 이래저래 그랬던 것 같다.


후두 신경통은 머리의 뒷부분(후두부)과 목 뒤쪽(경추부)에 생기는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대바늘로 찔리는 듯이 찌릿찌릿하고 몹시 아프다.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통증으로 의사 선생님은 아마도 컴퓨터를 상대하는 나의 직업과 구부정한 등, 거북목을 보고 추측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사는 약 먼저 운동이라고 하며 운동하면 점차 나아질 거라고 했다. 꾸준히 스트레칭하며 추운 날에도 밖에서 한 시간 정도는 남편과 함께 산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통증이 잊혔던 것 같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서 이번엔 오른쪽 어깨가 나를 괴롭혔다. 처음엔 잠을 잘못 잤나 싶을 정도의 약한 통증이었는데 점점 심해지더니 마치 어깨에 암이 걸린 것 아닐까 싶게 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계속되었다. 특히 밤에 누워 있을 때면 통증이 더욱 심해져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정형외과를 찾아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를 통해 내 어깨를 보며 의사 선생님 왈  "운동 전혀 안 하시죠?" 나는 또 벙져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내 어깨에는 석회라는 돌이 있었다. 석회화건염이라고 불리는 이 질환 또한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힘줄에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과한 운동을 하게 되면 발생한다고 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야간에 통증이 심해진다거나 찌르는 듯 날카로운 통증 등이 있다.


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상태기에 운동이 원인은 아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여러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잠들기 직전이었다. 나는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핸드폰을 하는 습관이 있다. 아이를 케어하며 핸드폰을 볼 시간이 없다 보니 오직 나만의 시간이 되는 잠들기 전 시간에 핸드폰을 하는 게 끊을 수 없는 중독처럼 재미있었다.

그렇게 핸드폰을 볼 때마다 어깨가 아파왔는데 그 당시에는 핸드폰이 원인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돌아보고 나니 그 습관 때문인 것 같았다.


병원을 나와 바로 요가 수업을 등록하고 최대한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핸드폰을 하는 습관을 고쳐보려 노력했다. 확실히 요가와 병행하며 하니 어깨 통증이 덜해졌고 유혹을 못 이겨 다시 핸드폰을 하며 잠든 다음 날이면 다시 통증이 심해진 걸 알 수 있었다. 


추운 겨울이라 이불속만 찾다가 나는 되려 생소하고 들어 본 적 없는 통증만 얻었다. 이불 밖도 위험하지만 이불 안도 안전하지는 않다. 몇해에 걸쳐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들은 내가 증명한 셈이다. 이불 밖도 이불 안도  결국 우리를 지켜주는 건 몸과 정신의 건강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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