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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Dec 12. 2022

아이의 걸음마는 엄마를 불안하게 한다.

엄마는 어쩔수 없는 걱정인형 인가봐

아이가 태어나고 첫 1년을 채워갈 무렵, 돌잔치를 준비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다.

엄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혀진 꿀팁이라면서 내가 얻어 주운 정보는


돌 잔치 할 때 걸으면 사진 찍기가 힘들다는데


한참 아이가 뭐든지 잡고 서는 재미에 빠져있었는데

이러다 혹시 빨리 걸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걸음마를 유도할 수 있는 모든 장난감을 치웠다.


다행인지 아닌지 내 의도대로 우리 아가는 돌잔치 때까진 걷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가 첫번째 생일을 보내고 

내 주위에 하나 둘 걷기 시작하는 아이 친구들이 생겼다.


다른 아가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아기는 언제 걸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걱정하는 날 두고 아이엄마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위로했다.

빨리 걸으면 엄마만 고생해요


그렇게 우리아이만 점점 못걷는 것 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나는 핸드폰만 잡으면 '늦게 걷는 아이'를 검색해가며 또다시 걱정인형이 되었다.


18개월까지 걷지 못하면 발달 상의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한동안 넣어두었던 걸음마 장난감들을 하나 둘 다시 꺼냈다.


그 날 이후로 시작된 엄마의 걸음마 특훈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되겠는가

아이가 한두발짝만 혼자 걸어도 너무 감동이었던 나날이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니 다섯발자국 또 한달이 지나니 열발자국

아이는 천천히 걸음마를 시작했다.


한번 속도가 붙은 걸음마는 금새 와다다다 

엄마는 다시 불안하다

조심해 천천히! 뛰면 안돼요


하루마다 아이 이마에 새로운 멍이 생기고 사라지는 게 반복되었다.

걸음마에 재미가 들린 아이는 이제 내 손을 잡는 것도 거부했다.

또다시 난 불안했다.


처음엔 걸을까봐 그 다음엔 늦게 걸을까봐 그리고 이젠 다칠까봐

아이의 걸음마는 늘 나를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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