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사를 본 적 있나요
있다면 알려주세요, 나도 좀 해보고 싶다.
취준생이던 시절 나의 꿈은 직장인이 되는 것이었는데
직장이 되고 나니 가장 큰 꿈이 퇴사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꿈이 되는 그런 아이러니한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3년 정도 일을 하니 이 업계의 바닥까지 보게 되고
내 성향과 성격 그리고 여러 가지를 나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곳은 내가 머물 곳이 아니라는 게 확실했다.
나의 퇴사에 남들과 다른 재밌는 점이 있다면,
사내 부부였던 남편과 내가 같은 해 같은 달에 퇴사했다는 것이다.
물론 짜여진 거나 계획된 건 아니었다.
나름 모범생으로 회사생활을 하던 내가 퇴사한다고 하니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회사에서
3개월이나 넘게 면담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미 갈 사람(?)으로 비쳐서 그런지
나보다 늦게 퇴사를 말했지만 더 빨리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동반 입사/동반 퇴사 기록을 만든
우리 부부가 퇴사를 하며 느낀 건 '아름다운 퇴사는 없다'였다.
특히 퇴사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한건 말들이었다.
이미 나갈 마음을 가진 이에게
왜 그렇게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는지 의문이었다.
나라면 오랜 기간 같이 일했던 동료를 위해
그리고 그 동료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위해
무조건 축하해 주고 진심 어린 격려를 해줄 것 같은데 말이다.
나를 위해 붙잡는 그 말도 결국은 본인들의 성과 때문이라는 것도
혹은 괜한 소문으로 본인들이 힘들어질까 봐 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린 그 설득에 결코 넘어가지 않았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 우리가 들었던 말들은 아래와 같다.
좀 쉬다 오면 다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도 네 사정 안 받아줘.
이 바닥이 그렇게 쉬워 보이니?
이렇게 나가면 어디 가서 잘될 줄 아나 보지?
내가 너 그 회사 직원한테 말해서 못 다니게 할 거야
우리 부부가 다녔던 회사는 나름 대기업의 계열사임에도
윗분들은 그 수준에 한참 못 미쳤던 분들이었던 것 같다.
면담의 과정 내내 설득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있던 정도 더 떨어지는 듯했다.
특히 날 면담했던 임원이 잠시 쉬고 오고 싶다는 내게
쉬고 와서 다시 일하겠다고 하면 누가 널 뽑겠냐고 하며
다시 일할 수 없을 거라 못 박았던 그 말이 2년이 더 흐른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난 다시 일하게 됐고 내 공백기는 취업에서 아무런 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아무튼,
우리는 회사에 일만 하러 가지 않는다.
팀원들과 함께 뭔갈 만들어 나가고 그 안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도와주며 하루를 보낸다.
오랜 시간 아니 짧게라도 팀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한 적 있다면
서로의 미래를 응원해 주고 아름답게 이별해 줄 수 있는
그런 문화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번 나의 퇴사는 꼭 아름다웠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