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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May 11. 2023

내가 저지른 ‘그냥’ 퇴사, 오히려 더 좋아

929일 만에 퇴사 타당성 찾아보기

요새야 퇴사는 흔한(?) 일이 되었지만

20년 초반쯤 해도 모두들 마음속에 퇴사 카드는 있지만 그걸 꺼내는 이는 드물 때였다.


월급이 아깝지 않으냐

커리어를 망칠 셈이냐

미래는 걱정 안 하냐

등… (+ 집은 전세야 자가야 질문까지)


이직도 아니고 휴직도 아닌 사업도 아닌

그냥 퇴사하고 쉬겠다는 내게 다들 물음표를 던졌다.

아마도 나는 그렇게 한참을 여러 사람들 입에 나도 모르게 오르락내리락했을 것이다.

(가장 유력했던 썰은 로또 당첨썰이란다)


하지만 아들러는 말했다.

사람은 경험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터득한 의미로 자신을 결정한다고


내게 그냥 퇴사는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서른 즈음에 인생에서 길을 잃고

남이 정해준 경로가 아니라 아예 경로부터 다시 설정하는 것, 그 보다 더 앞서서 내가 이 길을 왜 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


한마디로 타인의 눈엔 바다 한가운데 무한히 표류하는 것 같았을지 몰라도

나는 내 내면에서 여러 자아들과 치열하게 회의 또 회의를 거듭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리고 그 길 끝엔 무엇이 있나?’


929일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무의식 중에 퇴사하겠다고 말한 것 같았는데

그 당시 일기를 보니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뭐든 해내야 해

회사에서 항상 매일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살았다. 나의 쓸모를 입증하기 위해 왜라는 물음은 숨김채 뭐든 해내야 했던 날들.

이 말은 곧 자유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나를 지켜내야 하는 방법을 모른 채 회사가 주는 계획표 대로 살았다.



더 잘해야만 해 아직 난 부족해

늘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IT업계 특성상 하루아침에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내가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안 된다는 그런 강박증 같은 게 있었다.

사실 더 나은 내가 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진짜 내가 되는 일인데 왜 나는 늘 성장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지


고인 물, 고슴도치가 되다

마지막으로는 회사를 다닐 때는 온통 삐뚤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사람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날이 섰고 내가 맞다는 걸 입증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그 와중에 혼자인 외로움은 싫어서 무리 속에 어중이떠중이로 섞여 외로움을 해결해보려고 했다.

나의 외부에서 이 외로움과 공허함이 해결되길 바랐던 것이다.



무의식 적으로 퇴사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내면에서는 수많은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퇴사라는 결정을 했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때 그 결정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 같다.

나는 지금의 내가 무척 마음에 든다.


나처럼 굳이 퇴사가 아니라도 휴직이라던지 다른 방법은 있으니 다들 한 번쯤 쉼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퇴사한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고

공백기가 있다 해도 다 살아갈 구멍은 있으니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면

길이 있는 곳엔 내가 찾던 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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