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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Jun 20. 2023

동기부여 강사들아 결투를 신청한다.

당신에겐 그럴 권리가 없습니다.

그 이름이 김민정이었는지 김민지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름이야 어떻든 간에 중요하지 않다.

그가 던진 말이 중요하다.

잔잔했던 내 인생에 태풍을 몰고 와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김민정처럼 살 거예요? 여러분 김민정이라는 이름 흔하죠? 그 흔하디 흔한 인생처럼 살 거냐고요.’


'여러분 졸업하면 선생님이 반에서 몇 명이나 기억할 것 같아요? 그저 그런 학생으로 남을 거예요?'


나는 살면서 보통, 평범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반에서도 특별히 사고를 치거나 불량스러운 학생도 아니었고 공부를 월등히 잘하거나 집이 잘살고 외모가 뛰어난 이런 뭔가 특정 지을 수 있는 게 보이지 않았다.


한 반의 아이들이 30명쯤 된다면 그중에 20명 남짓한 학생들은 대부분 그럴 것이다. 강조해서 덧붙이자면 제삼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는 것이다.


누구도 본인 스스로를 그렇게 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날은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등교하기 전에 인터넷 강의를 하나씩 듣고 가곤 했는데 그 인터넷 강사가 그날 그 말을 한 것이다.


그 인터넷 강사의 의중은 아마 이랬을 것이다.

그저 그런 성적을 받고 그저 그런 대학에 들어가서 그저 그런, 한마디로 무난하게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살 거냐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때 걔 누구였지 하는 그런 삶 말고

누구나 다 기억하는 그런 삶을 살아보라고 

그리고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한번 사는 인생 열심히 공부해 봐라

이거 정도였으려나.


그런데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너의 삶은 틀렸어’


나는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나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거였어?’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 환경, 관계, 가치관 모든 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본인의 신념이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인

고등학생인 내가 ‘누가 저따위 말을 해’ 라며 무시하긴 힘들었으니까.


내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느낌.

그 불편하고도 기분 나쁜 느낌 때문에 나는 꽤 오랫동안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간이 덮어준 이불 안에 숨겨두었던 기억이 꺼내진 건 1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흐른 최근이었다.




남편이랑 요즘 시대의 워킹맘들과 우리 엄마 시대의 전업맘, 그리고 그 사이의 혼란스러운 시기의 엄마들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요즘 엄마들은 우리 엄마 세대들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는 글을 봤다.

그 글을 읽고 나는 다시 그 인터넷 강사의 말이 떠올랐다.


 왜 우리 엄마 세대의 삶을 부정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엄마들은 그 시대에 요구하는 최선의 삶을 살아왔다.

지금 이 시대와 그 시대가 정의하는 엄마의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타인의 삶을 우리의 시선대로 부정해서는 안된다.

또한 우리 시대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 누구의 삶도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을 깎아 내려선 안된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명언들

자기 계발서와 동기부여 강사들


그 속에는 우리 존재 자체에 대해 바꾸라고 하는 것들이 참 많다.


누군가 우리 아이에게 평범한 삶을 살지 말라고 강요한다면 그 사람에게 다시 되물을 것이다.

평범한 삶이 무엇인지 아냐고.

평범한 삶은 없다.

우리네 개개인의 인생을 한 편의 책으로 쓴다고 생각해 봐도 어느 책 하나 같은 구석이 없다.


틀린 삶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타인의 삶을 부정할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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