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topic II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 대하여

by 전략팀 김부장

작년 한 해동안, 제 (온라인) 주변에서는

[실패를 통과하는 일] 이라는 책이 한동안 유행했습니다.


누구보다 앞서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실행하신 분께서

10년간의 사업을 돌아보며 남기신 회고록인 만큼

정말 절절하게 와닿을 문구들이 오롯이 고여 있을 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하지만, 읽지 않았어요. 아니면 읽지 못했어요.


첫째 이유는 너무 뼈아플 것 같아서.


책을 접한 시기는, 그토록 바라던 M&A 커리어를 얻자 마자 내어 버리고

4년동안 몰입했던 사업 프로젝트를 타의로 중도에 마무리하고 돌아온 2025년의 한가운데.


모두가 실패했음을 알고 있었고 그들 간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나에게는 그 누구도 이 실패한 사업의 성과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던 동료애의 한가운데에서,

추운 겨울날 밖에 나가 한 호흡 들이마셨을 때 갑자기 치고 들어와 폐부를 찔러버린 차가운 공기처럼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자기 그냥 사업의 목줄을 날려버린 치명적 칼질 앞에서,


나는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왔던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수습하기만 바빴던 그 때이기 때문이에요.


둘째 이유는 나 혼자 잘난 척 하는 것 같아서.


저는 부족한 사람이기에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기록을 해야 할 것 같았고

나의 실패를 돌아보면서 그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이런 것이지 하고 끄덕거릴 것만 같았는데


글쎄, 내가 실패를 정리하고 고고하게 이렇게 나는 실패를 통과하였습니다. 라고 선언하면

나와 함께 실패를 경험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람들은

무슨 수로 그 상흔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들과의 교감 없이 나는 이 실패를 통과했다고 말하거나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들도

이 실패로 인해 크고 작은 삶의 파동과 굴곡, 어쩌면 상처를 떠안았을 것을

그렇게 나만 스스로를 다독이고 일어나면 그만일 일인가?


그 자문 앞에서 저는 아직도 답변할 말이 없었고,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라니, 너무 멋진 제목이에요.

예전에 멘토링에서 이런 비유적 표현은 써본 적이 있어요.


[대개 얻어맞다 보면 갑자기 각성해서 멋지게 역전하고 두들겨 패는 권선징악을 바라잖아요.

근데 살아가는 일에서는 안그래요.

그냥 얻어맞고, 더 맞고 실컷 얻어맞다가 경기가 끝나버리는거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것도 삶의 일부잖아요.]


안 읽었지만 실패를 통과하는 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겠지.

실패는 극복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통과하고 다음 삶을 살아가자.

게다가 새해잖아? 새로운 해. 멋지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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