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 위에서 가만히 떠 있을 수 있다는 착각
1. 살다 보면 무의식 중에 가만히 있게 되는 경험을 자꾸만 한다.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열띠게 토론하고 설득하다가, 문득 가만히 있게 된다.
2. 가만히 있는 것은 편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 애써 누군가 설득할 필요가 없다. 결정을 하지 않으면 고민하고 선택할 필요도 없다.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애써 새로운 똥밭에 손을 담그면서 더럽혀 볼 필요가 없다.
3. 그것은 게으름이다. 생각을 포기하는 지적 게으름. 설득을 포기하는 관계에 대한 게으름. 성장을 포기하는 인격에 대한 게으름. 행동을 포기하는 삶에 대한 게으름. 동시에 마치 중력과도 같은 것이다. 그저 있기만 하면 가만히 있는 듯 해도 사실은 낙하하는 것이다.
4. 그것은 속삭임이다. 자꾸만 쉬라고, 쉬어야 갈 수 있다고 말하는 속삭임. 바쁜 걸음 멈추고 너다움을 찾아보라고 사탕발림하는 속삭임.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속삭임이다.
5. 가만히 있는 것은 당연함이다. 그리고 하등의 악함도 아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간다는 것은 거짓이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두 배, 세 배의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사기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있다는 것은 나만이 판단할 수 있는 명제인데,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잘 속는 것이 나라는 사실은 정말 큰 진리이다.
6. 우리 모두 부디 가만히 있지 말자. 발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서로의 노력을 냉소하지 말자. 서로가 서로에게 도전을 주고 성장하며 신뢰를 주자. 가만히 있고자 하는 자를 보거든 비웃지 말고 손을 내밀어 주자. 그 손길이 거절 당해도 상처 받지 말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자.
7. 그렇게 나아간 곳에 천국이 있다. 나에게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당도하는 곳이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