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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Jun 05. 2023

자전거 탄 풍경

노을로 곱게 물든 하늘을 마주하다.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빈 시간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근처 공원 혹은 동네 산이라도

잠시 산책을 하고 오는 유형이다. 주말에 무리하여, 약속을 잡는 편이 아니며,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비워 두고 쉼을 통하든, 여유를 통한 쉼을 얻는 편이다.



유년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서 그럴까?

섬에서 자라나서, 자연을 느끼는 감수성이 유달리 발달되었다.

 

내 고향은 서쪽 해안에 위치한 강화도였고

무수히 많은 시간 매우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일몰을 원 없이 봤다.

복잡한 머릿속을 아름다운 자연으로 채워가는 시간은 일상이었다.

지나고 보니, 강화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신의 선물이었다.


엊그제도 날씨가 너무 좋아, 근교를 가는 대신  따릉이를 타고 근교를 가긴 애매하여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짧게 자전거를 타고 오기로 했다.

볕이 너무 강하지도 또 너무 어둡지도 않은 시간에

부랴부랴 따릉이를 빌려서, 안양천 자전거 길로 향했다.

그저  편안한 옷을 입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챙겨서 폐달을 밟았다.

자전거 길로 합류하여, 뻥 뚫린 시야를 확보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귀에 버즈(Buds)를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내 모든 신체의

근육을 쓰다 보면, 사사로운 감정이 어느새 사라진다.


애상과 그리움이 걷히고

온전히 그 시간 자연이 주는 위로와

창조주의 숨결 같은 것을 느낀다.


물리적으로 자전거 길에 분명히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그 시간 머릿속으로 여러 관계가 스쳐 지나간다.


가까운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지인들

삶의 시간표가 달라서, 서서히 멀어진 인연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인연과

그리움에 젖어 들게 하는 지나간 인연도..

고독감이 찾아오는 순간, 외로움에 항복하지 않는다.


그들도 지금 이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도/그녀도 나처럼 그런 애상에 젖어 있을까?

핸드폰으로 통화를 할 수 없어도, 카톡이나 문자를 보낼 수 없어도

마음의 신호가 어쩌면 닿지 않을까? 사실 카톡이나 전화를 바로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하지 않음이 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많아져서 다시 힘껏 페달을 밟았다.




서쪽 하늘을 게 물들인 노을을 등지고, 동쪽에 훤하게 차오르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다.

눈물이 왈칵 올라온다.

아름다운 풍경은 사실 카메라로 담기 어렵기 때문에

순간의 풍경의 감동을 마음으로 담아본다.


가장 소중한 순간은 마음으로 느끼고 담아내는 순간임을

이제는 어느 정도 아는 나이가 되어서, 사진보다는

느껴본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러 나오길 잘했다. 집에 도착할 무렵이 되니,

잡생각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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