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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Sep 09. 2024

나는 매일 휴지통을 비운다.

나는 매일 휴지통을 비운다.


언제부터였던가?

많은 문서 작업과 회사 아웃룩의 이메일을 읽고,

회신을 하고, 다시 업무를 처리하며 발생하는 기록의 잔재들


컴퓨터 배경화면에 나와 있는 휴지통에 가득차 있는 문서 파일을 보면,

퇴근 전에 바로 쓰레기통을 비운다.


물리적인 휴지통의 경우 회사에서 미화를 담당해주시는 이모님께서 치워주시고,

내 방의 쓰레기통은 엄마가 비워줘서 사실 형체가 있는 쓰레기를 비우지는 않지만,

컴퓨터 바탕 화면의 휴지통에 가득 찬 서류 뭉치와 삭제한 파일은 그날 그날 아이콘

마우스 오른쪽 버튼 비우기로 삭제한다.


추적이 필요 없는 수정 전의 문서들,

핑퐁처럼 오간 이메일의 마지막 파일만, 보관함으로 옮겨둔다.

이젠 휴지통 비우기가 습관이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는 비우고 삭제한다.

지운 편지함도 바로 비운다.

필요 없는 디지털 쓰레기들이 부족한 컴퓨터의 메모리를 잡아 먹고

불필요한 파일이 있어, 컴퓨터의 부하를 떨어지게 하는 것이 에너지 낭비다.


휴지통을 비우는 루틴을 내 삶으로 가져와본다 .

내일까지 갖고 가지 말아야 할 불필요한 감정과

득이 되지 않는 좋지 않은 생각과 상처를 계속 들추고 열어 보는 것도 일종의 그런 맥락에서 비워주고 버려야할 것들이다.


반복되는 대화 형식의 메일, 사소하게 튀어나오는 부정적인 생각조차 닫아 둔다.

지금 필요하지 않은 좋지 않은 기억들, 떠올리면 나를 아프게 하고,

멀쩡하던 나를 금세 눈물 짓게 하는 기억들을 구지,

들추지 말아야한다.



흔히, 감정의 쓰레기통을 속상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해소할 때 지칭한다.

내 경우,부정적인 감정과 기억 그리고 상처를 습관적으로 꺼내와 부정적인 언어와

생각을 하고 있는 행위를 감정의 쓰레기로 지칭한다.

나쁜 것은 빨리 배출해줘야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지 않고 그냥 두면

초파리가 끓고, 냄새가 나듯 심연에 자리 잡은 감정의 쓰레기는 빨리 빨리 비워버리자.


쓰레기통으로 가야할 감정은 우울하게 하는 사건,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감정과, 자존감을 떨어지게 사람, 말, 상황을 만들지 말자.

부정적인 생각은 내게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다.



필요 없는 데이터로 컴퓨터의 속도를 저하시키고

에너지를 낭비하듯이,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 더 이상 나를 지치게 하지 말자.


고로, 아픔과 좋지 않은 기억은 심연의 상자에 봉인해두자. 심연 속에 묻어둔 기억을 애써 들춰 내지 말자. 


결국, 이 모든 일들이 그분안에서 합력하여 선을 이뤄가는 과정임을 인지하자.

매일 매일 비우고, 또 새로운 것들로 또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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