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가 주는 기쁨

행복을 발견하는 감각

by Naomi

오늘의 기록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같지만, 오늘은 꽤 괜찮은 하루였다.

1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후, 감사하게도 집에 일찍 돌아왔다.


나는 지금 ‘좋은 환경’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환경이란,

양질의 일을 하며 많은 돈을 버는 곳은 아니다.

하루를 과하게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삶과 일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수 있으며,

회식을 강요하지 않고,

마이크로매니징이나 불필요한 위계가 없는 곳.

나는 이제 이런 회사를 좋은 회사라고 부른다.

한때 ‘프로 구직러’였던 내가 이 회사에서 곧 만 5년을 채운다.

입사하던 날에는 상상도 못 했던 시간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고,

업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나는 이곳에서 많이 배웠다.

그래서 오늘도 출근하며 조용히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은 이 회사를 통해 알게 된 한 대표님과 점심 약속을 가졌다.

이메일로만 소통하다가 최근 들어 자주 뵙게 된 분인데,

본인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내면이 단단한 분이다.

연구과제를 하며 일과 삶을 균형 있게 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대표님은 올해 환갑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예전에는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쉽게 판단했는데,

지금은 그 숫자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나이를 알 필요도, 묻고 싶어질 이유도 없었다.

대표님 덕분에 몇 권의 책을 읽었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 책도 있다.

작년에만 백 권의 책을 읽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잘 사는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대표님의 삶은 명확했다.


일상의 루틴이 있고, 배우는 삶을 멈추지 않으며,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간다.

하지만 그 삶은 ‘정답’이라기보다

대표님이 선택한, 본인만의 행복에 가까워 보였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해서도 응원을 받았다.


“지금 나이라면 뭐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예요.”

이 말이 유난히 새롭게 들렸다.

나는 나이를 이유로 몇 가지를 조용히 접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아직 시작해도 되는 시간이라는 걸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대표님과 갈비탕을 먹고, 소금빵이 맛있는 카페에 들렀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렇게 하루를 기록하고 있는 이 시간이

이상하게도 참 행복하다.

감기로 몸은 골골거리지만,

쌍화탕 대신 초코 아이스크림을 고른 걸 보면

나는 아직도 아이 같은 면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은 하루 같지만,

오늘 나는 행복을 발견했다.

행복은 나이나 조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알아볼 줄 아는 감각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감각을 가진 사람은

이십 대에도, 사십 대에도,

육십 대에도 여전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나는,

그 사실을 조용히 확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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